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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고주알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에서 희생된 전몰(戰歿)용사들이 묻힌 게티즈버그 헌정(獻呈) 연설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정부를 주창했다. 주검이 묻힌 장소에서 사라지지 않을 민주정부와 국민들의 영속성을 기원했다. 


 위대한 지도자는 전장(戰場)의 무덤가에서도 겸허한 자세로 경의(敬意)를 드러내면서 가다듬고 함축된 표현으로 심금을 울렸다. 그러나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않았다.
 “설마 했는데 올 것이 왔다”고 한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 가운데 NHK에 출연한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 배상과 수출규제에 관한 질문에 “볼은 한국 측에 있다. 국제사회의 상식에 따라 행동해줬으면 한다”며 한국을 몰상식한 나라로 싸잡아 폄하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져 산업계가 동반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반도체 공급망(供給網)을 해결하기 위해 우회(迂廻) 수출이나 정부에 대한 반발 등 어떻게든 해법을 찾으려는 ‘난마불사(亂麻不死)’의 노력이 국제사회에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자기의 잘못이나 허물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줄 익히 알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수산물 금수조치를 언급할 때 한국을 ‘무코가와(向こう側•저쪽편)’라고 불렀는데, 이는 주로 적대(敵對) 관계의 상대방을 칭하는 표현이다. 


 일본 유력 언론사 간부는 “국가 간 관계에선 물론 일상대화에서 사용하기도 조심스러운 표현”이라며 “북한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과 문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심이 드러난 표현”이라고 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알고(生而知之), 배워서 알고(學而知之), 배우고 애써가며 경험을 쌓아야 비로소 안다(困而知之)’지만, 저마다 타고난 재능에는 어딘가 한계점을 가감(加減)없이 드러내곤 한다. 선린(善隣)과 우호(友好)를 외치면서도 ‘아집(我執)’은 차마 떨쳐내질 못하는 우리들이지만, 상부상조(相扶相助)해가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를 일이다. 


 ‘천하의 편작(扁鵲)도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扁鵲不能肉白骨)’는 말이 있다. 옛말하듯 ‘충신도 망해가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된 이 말은 인류역사가 진행되는 한 유효(有效)할 것이다. 


 위(魏)나라 왕(王) 문후(文侯)가 어느 날 편작에게 하문(下問) 했다. “그대의 형제들은 의술(醫術)에 정통하다고 들었는데 가장 뛰어난 의술을 누가 지녔는가?”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맏형이 으뜸이고, 둘째형이 그 다음이며, 제가 가장 부족하나이다.” 


 문후(文侯)가 의아해하며 “어이하여 자네의 명성이 가장 높은 것인가?” “저는 형님들보다 실력이 미흡하여 병세가 커진 환자가 심한 고통을 느낄 때 알아봅니다. 소신(小臣)은 위중(危重)해진 다음에야 치료하므로 맥(脈)을 짚어 보고 침(鍼)을 놓거나 약재를 쓰고 사혈(瀉血)을 시키며 경우에 따라선 주위사람들이 지켜보게 되었나이다.” 


 허세를 부리지 않고 겸손하고 남을 더 존중할 줄 아는 마음씨와 자세에 문후(文侯)왕은 크게 깨우쳤다지요. 


 명의(名醫) 편작(扁鵲)도 주위의 온갖 시샘과 편견에서 자유롭질 못했나보다. 생각 같아선 “간(肝)에 옴이라도 옮아 긁지도 못하고 죽어라!”고 저주를 퍼부었을성싶지만… 
 편작의 시비(詩碑)엔 “靑山依如故 妬賢風不止 苦酒共君飮 淚飛雨凄凄”(청산은 예나 제나 다름없건만 / 시샘과 모함은 바람처럼 멈춤이 없누나. / 권커니 잣거니 청탁(淸濁)을 가릴쏘냐만 / 눈물이 앞을 가려 가눌 길 없네)라고 새겨져있다고 한다. 

 


 “어제 온 고깃배가 고향으로 간다 하기/ 소식을 전차하고 갯가로 나갔더니/ 그 배는 멀리 떠나고 물만 출렁거리오./ 고개를 수그리니 모래 씻는 물결이오./ 배 뜬 곳 바라보니 구름만 뭉기뭉기  / 때묻은 소매를 보니 고향 더욱 그립소.” [이은상(1903~1982)/《고향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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