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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의 폭풍

 
 

 명나라 말에서 청나라 초의 학자 [왕부지(王夫之), 1619~1692]는 ≪독통감론(讀通鑑論)≫에서 ‘귀가 들리는 것에 한정되면 / 본디 밝음을 상실하고 / 눈이 보이는 것에 한정되면 / 본래의 밝음을 잃어버리나니’ (“耳限於所聞 則奪其天聰 目限於所見 則奪其天明”)라고 했다. 머잖아 가을 숲 외로운 그림자는 삭풍(朔風)을 불러일으키고, 부질없는 세월은 백발(白髮)을 재촉할 테다. 


 ‘백약의 으뜸’을 달리 ‘두강(杜康)’이라고도 이르는데, 옛날 중국에서 술을 최초로 빚었다는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사회적인 존중을 대수롭잖게 여겨 취생몽사(醉生夢死)할지언정 주도(酒道)에는 이따금씩 음주를 삼가는 날이 있다. 일진(日辰)의 지지(地支)가 12일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유일(酉日)인데 ‘두강(杜康)의 기일(忌日)’이라는 것이 알량한 이유라고 한다. 


 ‘가을낙엽 서리 앞에 떨어지고, 봄꽃은 비온 뒤에 붉더라.’(“秋葉霜前落 春花雨後紅”) 하지만 이래저래 언짢은 표현을 듣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당히 마시고 건강을 지키려 애쓰는 일이 아닐는지요. 


 아무렴 ‘눈에는 눈, 이에는 이’(Eye for an eye, tooth for a tooth)라고 했다지만…. “고대 바빌로니아는 함무라비 법전(Hammurabi Code)으로 유명하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다소 단순하고 무식해 보이는 면이 수두룩하지만, 함무라비 법전은 이렇게 다른 사람의 눈알을 뽑으면 내 눈알도 뽑히게 된다는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시하여 고대인의 삶에 절제와 질서를 제공함으로써 ‘법치(法治)’를 이뤄냈다. 함무라비 왕이 인류에게 법률이라는 도구를 선사한 최초의 ‘입법자(lawgiver)’로 지금까지 대접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막대한 외화부채와 치솟는 물가상승으로 휘청이며 모래성을 쌓아온 터키경제에 최근의 화폐가치 폭락으로 위기감이 급격히 고조됐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찻잔 속의 폭풍’이라며 ‘경제전쟁’의 목표물이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터키 리라화 불안의 근본 원인은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대규모 외채이지만,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가 여러 이슈로 반목하고 누적되어온 갈등이 표면화된 탓이 크다고 한다. 


 “지난해 이후 경기선행지수가 내리막을 탄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고,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주요국 경기선행지수가 대부분 100을 밑돌고 있지만, 한국은 유독 부진한 편이다.”는 OECD 韓경기전망 경고는 외환위기 시절에 ‘버금’ 간다는 불길한 뉴스다. 우리정부가 매월 발표하는 ‘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9개월째 “우리 경제는 회복 중”이라고 언급한 점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 하락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올 들어 하락폭만 따지면 터키에 이어 조사 대상 국가 중 두 번째로 가파르다니 괜스레 걱정이 앞선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복사 에너지는 인간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반면에, 인간이 만들어 내는 공해와 과욕으로 인해 극심한 기상이변을 겪고 있다. 다보스포럼에 따르면 세계인들은 2억6300만t에 이르는 육류를 지난해 소비했다고 한다. 지구촌 농경지의 70%가 가축사료를 재배하는데 사용하지만 따르는 부작용이 심각하다. 


 일례로 소 한 마리는 4인 가족 일주일 소비량보다 많은 물 30L를 하루에 마신데다 가축 분뇨(糞尿)에서 발생하는 악취(惡臭)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강력한 메탄가스를 내뿜어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18%에 이른다고 한다. 


 육류 소비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키는데 적잖게 이바지한 셈이지만, 바람, 일조시간, 일사량, 비, 구름, 눈, 이슬, 서리, 해빙(解氷) 등 많은 기상 요소들이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꽃은 웃어도 소리를 듣지 못하고,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보기 어렵더라.”는 선현들의 말씀이 생각을 키워준다. 입춘 날 북극의 빙산이 무너져 내린 현상을 이미 지켜보아온 우리들이다. 비록 때늦은 후회이지만 늦었다고 깨달았을 때가 가장 빠른 시점인 줄로 안다. 

 


‘평지와 산꼭대기를 가리지 않고/무한한 풍광은 다 차지하였네./온갖 꽃에서 꿀을 따왔지만/누구를 위해 수고하고 누굴 위해 달게 하나’ (“不論平地與山尖 無限風光盡被占 采得百花成蜜後 爲誰辛苦爲誰甛”)   [나은(羅隱)/唐, <벌(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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