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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지언정

 
 
 

 본격적인 여름날씨다. 낮 최고 36°C까지 오르는데 잰걸음의 비 소식은 있어도 내릴까말까 망설이기만 한다. 습도가 덩달아 상승하여 체감온도는 43°C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환경청 예보다. 북풍한설에 갈망하던 해님인데 뙤약볕을 피하느라 나무 그늘을 찾아들며 조삼모사(朝三暮四)하는 우리들의 얄팍한 마음가짐 이래저래 우습기도 하다. 


 “G2 ‘무역전쟁’ 시작. 美 공격에 中도 맞받아쳤다.”는 헤드라인이 큼지막하다. 미쿡과 듕국이 결국 예고했던 대로 총성(銃聲)없는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양측은 1차로 34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개시함으로 전 세계가 우려하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Made in China 2025’ 해당 품목인 항공우주•정보통신기술•로봇공학•산업기계•신소재•자동차 등의 품목을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연일 비판의 소리를 낸 바 있다. 패권(覇權)을 다투는 관점에서 본다면 둘은 전혀 다르지 않은 존재일 것이다.


 무역 전쟁이 광범위하게 확대되어갈 경우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아 큰 파장을 미칠 것이며 “중국 굴기(屈起)와 ‘중국 부흥의 꿈’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예고한 관세 조치를 그대로 실행하고, 이 밖에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동맹국들의 관세가 그대로 부과될 경우 신용평가사 피치는 세계 경제가 2조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는다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도 양보와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제조 2025’ 핵심 정책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게 벼랑 끝 대결을 통해 드러내고픈 말인 듯하다. 그림자가 앞장서 내딛고 힘찬 발자국 소리가 뒤따른다 해도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鯨戰蝦死)는 격언을 부연설명 없이도 속수무책으로 실감해가는 우리들이다. 


 월드컵 2018에서 ‘보나마나’라던 평가를 받던 한국과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포함된 F조가 뚜껑을 열어보니 혼란스러운 판세를 연출했다며 멕시코도 낙관할 수 없고, 한국도 포기할 수 없는 16강 진출 티켓이라며 구차스러운 ‘경우의 수(數)’를 얘기하려든다. 안간힘을 써도 천지개벽할 순 없을 텐데…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간절함은 기적을 부른다며 말꼬리를 엮어 억지춘향이를 세우려다말고 ‘아니면 말고!’ 할까봐 딱해 보이더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며 에둘러 자신을 위로삼지만, 지고나면 입이 열 개라도 말문이 막힌다지요. 


 평소에는 소 닭 보듯 해오다 월드컵 와중에만 국가대표팀의 선전(善戰)을 기대하고 승패에 열광 혹은 비난하는 한국적 풍토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사람들은 서로가 쌓아온 신의와 사랑의 관계를 더 중히 여긴다. 그리고 그 선택은 훌륭한 선택이라고 믿으며 협동과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마음을 키워내면 얼마나 좋을까. “잠깐 성화를 참아내지 못하면 일생동안 화(禍)를 면치 못한다.”(一日不忍怒 一生不免禍)는 잠언(箴言)을 되새기며 슬기롭게 다스려낼 줄도 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말이다. 


 “포기(抛棄)란 단어는 우리사전에 없다. 싸워 이겨야만 한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최소한의 자존심 회복과 전의(戰意)를 불태우던 한국에게 0-2 패배로 월드컵 F조 최하위로 탈락한 독일 전차군단은 3전1승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독일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조별 예선탈락 사례로 기록하게 됐다. 경기후반 연장 추가시간에 김영권, 손흥민이 연속골을 터트리면서 극적인 승리를 거둬 독일을 우승 팀 징크스의 희생양으로 삼아냈다. 태극전사들은 16강 진출의 기적을 노렸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는 못했어도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는 기적을 연출했다. 비록 16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열심히 잘 싸웠다! 


 삼국지에서 주유(周瑜)는 제갈공명(諸葛孔明)을 두고 “어이하여 하늘은 세상에 이 주유를 만들고 또 제갈을 세상에 내어놓았는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했다지요. 우물 안의 개구리를 벗어나 볼라치면 달리는 놈 위에 나는 녀석이 있는가하면, 영감이 떨어진다니 땡감이 먼저 떨어지기도 하는 세상이다. 나이 드신 분의 실수는 망령을 부리는 노망(老妄)으로 치부되기 너무 쉽지만, 젊은이의 설익음은 철이 덜 들었다며 관용을 베풀 줄도 아는 우리들이다. 


 친구들은 열손가락을 꼽아도 외로운 인생에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게 하는 가뭄 속에 단비 같은 그런 존재들이다. 맨 정신으로 술좌석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고 분위기를 흐리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지만 ‘백약의 으뜸’을 한 모금도 못한다며 욕설은 오다가다 알게 모르게 배불리 얻어먹는다. 밥만 먹고 살 수도 있지만 두 가지 맛을 한꺼번에 따로 끓일 수 있는 반•반 냄비에 너구리나 짜장도 먹고 싶은 것처럼 그들은 그들대로 난 나대로 의미가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동백꽃은 낙화(落花)할 때 여느 꽃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더라. 낙영(落英)전체가 싱그러운 모습으로 기품을 지키면서 마지막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뚝뚝 떨어지고 만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여전히 이런저런 심각한 고민들이 많긴 하지만, 뒷북을 두드리지 않는 인심은 허물이 없고 넉넉하기 그지없다. 전례 없는 세계 통상과 환경 변화는 새로운 차원의 논리 구축(構築)과 명분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무역전쟁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앉고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겠다. 무역과 관세 정책이 어떠한 사실 판단에서 출발하더라도 스스럼없는 마음가짐이 최선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로 산을 베게로 삼고 / 달을 촛불로 구름을 병풍으로 바다를 술통으로 삼아 / 크게 취해 거연히 일어나 춤을 추니 / 도리어 긴 소매가 곤륜산에 걸릴까 꺼려지네.” 
(天衾地席山爲枕 / 月燭雲屛海作樽 / 大醉居然仍起無 / 却嫌長袖掛崑崙) 
[진묵대사(震默大師) / <오도송(悟道誦)>]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18년 8월호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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