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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세상 인정은 쇠잔함을 꺼려하고, 만사(萬事)도 바람결의 촛불 같은 것이다”고 한다. 경제학에서 ‘비교우위(比較優位)’를 설파할 때 인용되는 구절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 잘 지낼(살) 수 있다(盲龜跛鼈親)”는 옛글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은 언젠가는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나비효과’도 있지만, 눈먼 거북과 발을 절뚝이는 자라가 상부상조(相扶相助)해가는 일을 에둘러 이르는 심오함이 있다.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雜學)사전) 프로그램이 그냥 웃어보자고 하는 이야기려니 했다. 분야를 망라하는 다양한 관점이 그냥저냥 쓸모없다고 했지만 입담이 여간 아니다. “인생에서 남는 것은 금전도 명예도 아닌 기억이다”는 말씀을 ‘칠십일억’이라고 이해하는 경우도 없진 않겠구나 싶어 배꼽 빠지게 웃고 말았다.


 부모형제, 친척, 친구, 기억 속에서나마 그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힘을 얻고, 마음이 한결 놓인다. 때론 모두가 막연히 기다리고, 무언가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노을빛이 아름답게 물든 추억을 되새겨봤댔자 이젠 아무런 쓸데없는 예기겠지만, 너나없이 어렵고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우리들에겐 마음껏 뛰어놀 기회만 주어져도 즐겁기만 했었지. 점심시간 학교운동장에 축구공 하나만 덩그러니 뒹굴어도 새로 산 운동화 옆구리가 터져도 유념하질 아니했었을까만 맨발로 공차는 일이 두렵기는커녕 발등에 맞은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골인시킨 그 기분 알랑가몰라!


 노사(勞使) 갈등과 갑(甲)의 횡포, 헤아리기조차 힘든 비합리 등이 사회문제로 비등해지며 항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임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는 착한 회사, 정직하고 맛깔스런 음식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착한식당 등 어찌 보면 지극히 마땅하고 당연한 것들이 이슈가 되고 있는 판국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려는 마음가짐이 서로서로 선행(先行)되지 않고선 이뤄질 수 없는 커다란 숙제에 틀림이 없다.


 중국 쓰촨(四川)성 티베트 자치주 마오(茂)현 골짜기에 있는 신뭐(新磨)촌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에서 구조를 거부하며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개가 수많은 중국인의 심금을 안타깝게 울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개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알고 있다” “사람보다 더 낫다” “개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등 댓글을 달고 있다. 한편 다른 누리꾼들은 이번 기회를 이용, 현재 윈난성 위린시에서 열리는 개고기 축제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개가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 정말 가슴 뭉클하다. 이래도 개고기를 먹을 것인가” “개고기 축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룬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West Point)는 1802년 창설 이래 배출한 불세출의 명장 D•맥아더(1880~1964)가 1962년 웨스트포인트 생도들 앞에서 ‘의무•명예•국가’를 주제로 한 연설의 일부분을 인용하며 귀감으로 삼았으면 참 좋겠다.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처럼 여기는 웨스트포인트의 좌우명이자 이상(理想)이다. 무던해지기 너무 쉬운 시각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뿐만이 아니다.


 “의무와 명예 그리고 국가, 이 세 단어는 제군들의 기본적인 인격을 만들며, 장래에 국방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키우며, 자신이 약해질 때 그것을 인정할 만큼 강하게 만들며, 두려움이 앞설 때 그것에 맞설 수 있을 만큼 용감하게 만들 것입니다.” 여의주(如意珠)를 지녔을지언정 추구하는 이상은 실현을 위해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는 이야기 깊이 새겨들었으면 오죽이겠다.


 틈나는 대로 산책을 위해 걷는 운동은 몸과 마음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자주 걸어야하는 이유는 다양하겠다. 물론 탕(湯)이나 찌개는 뚝배기에 담아먹어야 제 맛이라 말할 순 있지만, 건강의 비결을 특정음식섭취에서 찾으려든다면 글쎄다. 가벼운 차림으로 지속적인 걷기운동을 삼가 권해드린다. 시작이 절반의 성공이고 무던하기 짝이 없던 시각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찮은 미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물밖에 끌려나와 퍼덕이는 물고기 같다가도 물 찬 제비가 따로 없다. 자발적이고 꾸준해야할 참여의식을 힘줘가며 이러쿵저러쿵하면 잔소리에 지나지 않을 터이니까요.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 오세영 /《8월의 시》-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17년 8월호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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