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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다른 간식 다 먹어도 
정작 밥을 먹지 않으면 
한끼를 굶은 듯한 허전함으로 
내가 가는 발자국마다 함께한 날들이여.
너는 내 슬픔을 장작불 삼아 갓 지어낸 
서럽도록 순결한 사랑의 힘이었나보다. 
스스로 기쁨보다 험고의 잔을 불러 
한껏 들이키고 또 취해 돌며 
한평생 불면의 하얀 밤을 태워왔던 
내 쓰디쓴 아픔으로 지어낸 밥이 되고자 
그토록 나는 타오르는 불을 당기며 
뭉게구름으로 비상하기 위해 뒤척였나보다. 


 
 
김오른 밥으로 피어나기 이전부터
햇살반 빗물반만이 아닌 
대지의 사랑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하늘빛 영광의 화관을 쓰고자 하였더라. 
고개 숙인 이삭으로 자라나기까지 
마침내 누군가가 고대하는 흰밥이 되기까지 
하많은 불면의 밤을 스스로 불사르면서 
용서로 모질게 참아온 인고의 날들이여. 


 

차마 남은 응어리들을 모두 살라먹고 
하얀 김 오르는 누군가의 허기를 달래주는 
흰밥으로 신의 제단에 오르기를 갈망하였더니 
내가 밥인지 밥이 나인지 모를 
절로 피어나는 은하수 만다라꽃
가시밭길을 헤쳐가던 맨발을 멈추고 
일곱 대천사들의 옹위 속에 
마침내 돌아보는 지난한 길
험고의 제단마다 진한 향기로 채워지는 
불로수로 넘쳐나는 순수 승리의 기념비
뭉게구름으로 피어 오르는 밥의 영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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