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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속의 친구들-사람 자체의 모습을 존중해야

 

 

 냉장고에 있는 음식에도 배고플 때 끄집어내 먹고 싶은 것과 입이 심심할 때 먹고 싶은 것이 있듯이 친구에도 종류가 있다. 뭔가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불러내면 좋을 친구와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러 부르고 싶은 친구가 있다. 이 두 가지 어느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 친구들도 있다. 그냥 엷은 친구다. 


 살다 보면 곤경에 처할 수도 있고, 혼자 판단하기 힘든 고민거리가 생길 때가 있다. 친구의 종류에 대하여 반성해보기 전까지는 심적으로 편하고 자주 만나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부탁한다. 


 어떤 친구는 내 말을 듣기는 듣지만, 대수롭지 않게 응답하고, 도와 달라는 부탁을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멀어져 간다. 심심할 때, 재미있게 놀고 싶을 때 어울리는 친구들 중에 이런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내 말을 신중히 경청하고 소리 없이 뒤에서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 예능 친구보다는 싱겁지만, 어려울 때 도와줄 것 같고, 지혜가 있어서 조언을 구하면 답해줄 것 같다. 속 깊은 친구를 주변에 가지고 있다면, 잘 간직해야 한다. 


두 종류의 친구를 구분하기는 어렵지 않다. 배우가 연기를 할 때 정신 속까지 그 배역에 푹 빠져서 하는 사람과, 영혼 없이 표정과 제스처로만 연기하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그의 영혼이 내 뒤에 서있는 느낌이 들면 속 깊은 친구이고, 내 영혼에 관심 없고 그 안에서 꼭꼭 머물러 있는 사람은 예능 친구다. 


친구 간에 돈거래를 하지 말라는 조언은 돈을 빌려주고 나서 의리가 상하는 경우 때문인데, 상세하게 말하자면 부탁에 앞서서 예능 친구인지, 속 깊은 친구인지 구분을 못해서이다. 


예능프로그램과 멜로드라마는 다르다. 예능도 필요하고 멜로드라마도 필요하다. 친구라는 기능은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용도도 있고, 혼자 감당하기 힘든 과제를 같이 나누어서 힘이 돼주는 용도도 있다.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재료 만큼이나 친구의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다양하고,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도 있고, 가벼운 대화만 가능한 친구도 있다. 더 파고들면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파고들어서 어색해질 필요도 없다.


20대 때는 예능과 멜로, 시사가 뒤섞인 친구들과 살았지만, 나이 먹으면서 보니, 사람들은 자기가 취하고 싶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기 기대에 맞추어서 친구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알았다. 적당히 사적 공간을 유지하면서, 그 사람 자체의 모습을 존중해주는 관계로 지속하면 남들이 볼 때 무난한 사람이 된다. 


결론은, 친구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실망할 일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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