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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버님, 어머님

 
 
그리운 부모님을 생각하면 한마디로 죄송함뿐이다. 후회스러움에 죄인인 듯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자식 노릇 올바로 했을까? 자책이 사무치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분명한 것은 좀더 잘해드렸었어야 할걸, 이제야 생각하니 아무리 먹고 살기에 허덕였다 하더라도, 부모님에 대한 예의와 의무만은 다소곳이 열정을 다 했었어야 했건만 너무 소홀했던 기억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야단스럽게 부모님 속을 썩혀드린 일이야 추호도 있을 수 없었다지만, 그런데도 소원했던 옛 추억을 더듬어 볼 때마다 더 좀 잘해드릴 수도 있으련만, 이제와 아쉬움에 후회가 밀려들어 가슴이 미어짐을 어찌 할거나! 무릎 꿇고 용서를 빌고 싶다.


부모님! 잘해드릴게요, 이제야 살아 오시라고 악을 쓸 수도 없는 일, 그토록 좋아하시던 것들, 지금도 기억해 볼 때마다 넉넉하고 정겹게 아들 할 일에 더 좀 충실치 못한 일들이 새록새록 가슴을 쥐어짠다.


노년에 이민봇짐을 싸들고 식솔들과 함께 새 터로 오시라고 가족 초청을 했었는데, 변변치 않게 사시다가 저 세상으로 떠나신 분들, 나의 부모님께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나이 들수록 이토록 가슴을 후벼댈 줄이야, 뒤늦게 철이 드는 이 모습, 어인 일일까?


자식들이 최선의 효도라고 바닥까지 전부 털어드린다 한들 어찌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을까, 옛적이야 헐벗고 못살아 얼마나 한이 맺힌 삶이었던가. 그런 와중에도 자식들은 가르쳐야 한다는 탁월한 신념과 결단으로 전력을 다 쏟으셨던 부모님들, 1인당 국민소득 700불이었던 시절을 용케도 겪어내셨던 처절한 각오와 투지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었던 유별난 세대 아니었던가.


그 곤욕스런 생활 속에도 애끓는 가족애로 최선을 다하여 실천하셨다. 가족애란 내리사랑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얼버무린 변명이나 핑계로써 부모에 대한 사랑을 대신한다면 철천지 불효인 것을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육이오 전란의 시대를 겪은 청천벽력 같은 고행들은 자자손손 증언들로 그 전설 같은 산 역사를 어찌 우리 잊을고! 그 와중에도 새로운 역사는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는 1인당 국민소득 4만불을 향한 천문학적 변화의 세대들이 바로 그 시절의 뿌리로부터요, 혁명적인 국민성이었음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한이 맺힌 옛시절을 꼴사납다고 삶에서 도려내버리고 싶다는 이웃친구들이 많다. 너나 나나 모두 헐벗고 굶주렸기에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표현들로 과거를 잊어버리고 싶었을까. 


우리 아버님, 아직도 젊은 연세였던 61세에 세상 뜨신 생애, 그분이야말로 한에 맺혔던 세상이 근대화 시대로 물결치듯 변화했던 걸 하나도 모른 채 이 세상을 작별하신지 40년이 지났다. 40온스 위스키 한병 값이 10불도 안 되었던 시절, 40시간 주급이 60불 내외였던 그때였다. 캐나다에 입국하신 지 일년 만에 험한 교통사고를 당하여 눈을 감아 버리셨으니, 고생만을 짓궂은 운명처럼 하시다가 좋은 세상을 향하여 캐나다에 오셨건만, 풍요로운 복지를 누리지도 못하시고, 그렇게 숙명적인 죽음을 당하셨다.


왜 이렇게 오래 사나? 입버릇처럼 긴 삶이라고 투정하시던 우리 어머님, 97세로 최상의 삶을 누리셨던 어머님의 생애, 아버님이 놓고 가신 나머지 삶까지 덤으로 누리셨을까?


97 팔팔 114하셨던 어머님의 장수하신 초능력의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속이 더부룩하시다고 반에 반 공기의 흰 쌀밥만 꼭꼭 오래 오물거리신 식습관에, 아들 딸네가 온갖 채소죽을 마련해 드리면 아껴 드시던 철저한 건강요법이 장수의 비밀이 아니었을까? 일찍 잠자리에 드시고 새벽같이 일어나시어 집안을 싹싹 청소하시던 몸에 배인 습관성 체질로 장수를 누리셨을까?


 운명을 누가 어찌 점칠 수 있을까? 창조자의 유일한 소관인걸,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님께 더 잘해드리지 못한 세월들이 후회막급한 불효였다. 


이제와 변명이지만, 후세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훗날 미련 때문에 가슴 아파하지 말고, 부모님이 살아있을 때 잘해 드리라고, 효도라는 강박관념에서 부담스러워 말고,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하라고.


 영생을 누리신다는 하늘나라, 있긴 있는지요? 아버지 어머니, 영원히 잠드셨나요? 아니면 천사들과 함께 하늘을 유람하고 계신가요?


 아버님께서 일찍 돌아가신 후, 3년도 넘게 눈물을 훔치셨던 어머님, 합장을 준비 했건만 싫다 하시고 따로 묻히셨던 우리 어머님, 이젠 아버님 곁에서 영생을 누리시는지요? 죄송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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