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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과 만남


 
 인연이 있었기에 만남일까? 만남으로 인연이 형성된 걸까? 어제도 오늘도 그냥 무심코 연결되고 베풀어진 묘한 인연들로 세월을 엮어간다. 발부리에 부딪친 돌멩이도 인연이었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불전(佛典)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철학적 이론을 논하기엔 성경에 진리를 파헤친 것보다 더 어려워 덮어 두련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만남으로 이웃이며 친구들과 우정으로,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그 기쁨을 함께한다. 


인연이란 숙명적 만남이 베풀어졌기에, 그러려니 포용함 만이 내 것이요, 다 접고 이해함만이 평안이요 사랑이며, 그 행복을 나의 마음이라 할 수 있다니, 글속에 넘치는 진리가 우거진 잡초 밭을 분명코 향기로운 꽃밭으로 일궈주리라.


몇 달 되었다. 수희라는 여인을 서로 볼 수 있었던 인연 말이다. 그녀는 젊고 예쁘고 매우 총명한 여인이다. 평범한 가정을 이뤄가는 패기에 찬 여인이다. 아이들 아빠는 대학 강의를 하고, 그녀는 피아노 음반에 영혼을 노래하는 음악의 귀재로 오페라 가수였음을 서서히 알아갈 수 있었다. 


트레드밀을 뛰며 걸으면서도 태블릿 화면과 함께 계속 움직이는 열 손가락은, 트레드밀 핸들이 피아노 건반이었다. 아주 매우 음악에 심취된 혼을 겸비한 사람이다. 그냥 이방여인이라고 스치던 옷깃마저, 부딪쳤던 눈길마저, 모른 척 흘려버린 시간들을 보냈다. 물론 가벼운 미소를 띄워가며, 어쩌다 며칠 전 우연히 마주칠 듯 좁은 공간을 서로 지나쳤다.


오 쏘리! 흔한 인사를 곁들여 어깨를 부딪칠 뻔한 순간을 모면했다. 그러면서 인연이 확인되는 기회가 포착된 것이다. 서로 주먹을 가볍게 들이대며 “Hi, my name is Mike, what's yours?” “Hi, Mike, my name is Sue” 


분명한 건 겉으로 만으론 중국인이었다. 그런 줄로만 이미 치부해버렸고, 그녀 역시 나를 중국인이라 생각했단다. 잠재된 의식구조가 아시아인이란 동질감 아닌가! 때문에 액센트가 버무려진 영어로 통성명을 했다. 그러다가 한인 여성과 한인 남자와의 만남임을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 범벅이 된 땀으로 흠뻑 젖은 몸매를 드러낸 상태로 우린 서로를 보는듯 만듯 눈길의 초점을 허둥거려야 했다.


 체력 단련에 전력을 쏟아내는 곳이었다. 뜻밖에 이뤄진 만남이기에 매우 반가웠다. 이른 새벽 5시에 한인여성이 헬스클럽을, 흔치 않은 시간대에 헬스클럽을, 대단함에 놀라웠다. 남녀의 구분이 먼저일지라도 미처 티를 낼 수 없이 가뿐 숨을 몰아 쉬며 땀방울에 근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만남은 즐거움이기에 또한 기쁨이다.


 미지의 만남인데 더더구나 남녀간에, 할애비와 청순녀와의 잠깐 만남인데 뭐가 그리 요란하게 확대할 필요까진 없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만남과 대화이고 또한 필연이고 필수가 아닌가!


타국에서 고향사람과 귀한 만남을 가졌는데, 강아지 먼산 쳐다보듯 싱겁게 그냥 지나쳐 버려서야 도리가 아니잖은가! 가족들과 신상문제와 더불어 세상살이로 시작되어 더 알고 싶은 궁금함이 한 둘인가! 열 살과 네살배기의 엄마 노릇이라니 눈코 가릴 수 없이 바쁨에 휘감길 터인데, 이렇게도 틈을 내어 신체단련에 열정을 쏟는다. 최선의 견인차적 효소가 열정이리라.


대단하고 강단이 꽉 여며진 매우 야무진 모습이 여걸 아닌가. 건강해야 함이 최우선이라서 그 틈을 쪼개어 정신건강까지 신체단련으로 무장한단다. 주말은 틈을 못 내고 5일 주중에만 최선을 다한단다. 


나 역시 비슷한 스케줄인데, 요즘은 아내의 허리병이 심하여 좀 바쁘다고 했다. 지나갈 듯 언급했던 대화 속에 설명이 요란할 수밖에, 어떻게 불편한 허리 병인데요? 순전히 남의 일인데도 세심하고 심각한 배려가 넘쳐났다.


일반적 대화로 건성건성 지나쳐 버릴듯한 통상적 안부에, 끝까지 주의력을 집중해 관심을 쏟아준다. 관절에 좋은 약을 가져다 주겠단다. 흔치 않은 만남의 인연으로 호의요, 베풂이고, 나눔이고, 친절이다, 


만남이 오래 되어 간절히 엮어진 우정이 절절히 배여 있었던 것처럼 아릿한 정겨움과 따뜻함으로 “관절약은 식후30분에 복용하셔요. 하루 두 번 4봉지예요. 케토톱, 환부(마른 피부)에 붙이시면 됩니다. 6장 넣었고요, 12시간 정도 효과가 지속됩니다. 쾌차하세요”


예쁘게 성심껏 두툼한 약봉지 위에 또박또박 곱게 써 보내준 설명서만이 아니다. 넘치는 사랑과 애태움이 염려와 함께 가득히 담겨있다. 음률에 매료된 환상적 하모니와 함께 담겨진 이웃사랑의 표현들이, 가슴을 찡하게 두들긴다. 


어쩌나! 받기만 해서야, 세상은 아름다워라. 인연은 축복이어라. 인생은 만남이려니, 기쁨이 따로 있었던가! 어깻죽지 바로 곁에서 인연으로 만나 사랑스러운 눈빛이 하모니를 이루어 삶의 축복이 확인되는 한편의 드라마다.


우연은 온누리에 즐비하다. 뭐가 인연이고 만남이 될 건가는, 다스린 자의 영역만이 아닐 것이다. 잠깐 소통으로 인연이 만남으로 연결되어 가지가지 다 다른 삶의 모습들 가운데서도 이토록 평범한 삶을 노래하는 장엄한 오페라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세상이란 무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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