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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d2017
교민사회 수필문학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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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 번째 수필집 [청산아 왜 말이 없느냐]를 위한 출판기념회가 토론토 한인천주교성당 강당에서 열렸을 때 한 답사 내용이다.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어느 수필가가 [한국 수필 평론]이라는 책을 한 권 보내왔습니다. 그 책의 맨 첫 페이지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하였습니다.


 “수필이 어떤 문학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수필이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다’는 말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잘못된 정의다. 수필은 결코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아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편지 한 장을 올려도 앞뒤 순서가 있는 법인데 어찌 문학이 붓 가는 대로만 쓸 수 있겠는가. 그것은 다만 붓 가는 대로 쓴 것처럼 자연스러운 글이 바로 수필이라는 것으로 재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붓 가는 대로 쓰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수필이라는 이름을 붙인 글을 써서 남 앞에 내놓은 지가 꼭 12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이번에 나온 책까지 합하면 수필집이 모두 4권, 수필의 낱개 숫자로는 모두 240~250편이 됩니다.


 오래 전부터 한국 수필계의 관심거리요 동시에 걱정거리 하나는 수필이 문학의 맨 뒷자리 내지 배 다른 형제 취급을 받기 때문에 수필을 쓰는 사람들은 기가 죽어서 문학적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시나 소설에 비해서 수필가들은 수준이 떨어지고 수필 내지 수필작가가 받는 대접이랄까 인정도 극히 적다는 말입니다.

예로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수필 분야도 있는 신문사는 거의 없습니다. 시, 소설, 동화, 동시, 희곡, 비평 등 여러 분야가 있지마는 수필은 없습니다. 시나 소설에 비교해서 별 볼일 없다는 말이지요. 일본이나 중국 같은 데서는 수필이 문학계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한국보다 몇 배 크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수필이 푸대접 받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선 수필은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서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작가가 쏟는 정성과 노력이 비교적 적은데다가 수필에 대한 평론도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수필가들이 나같이 문학적 수업을 전연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수필가 자신도 수필을 쉽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너무 빨리 자기 작품에 만족 내지 자기도취를 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등단이 되는 것도 수필은 시보다 훨씬 쉽고 등단 기간이 짧습니다. 예로 수필 전문지 대부분이 수필등단 과정은 1회 추천 제도입니다.


 수필이 양적으로 너무 많이 생산되는 것도 수필 내지 수필가에 대해서 별 볼일 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요새 한국에서는 누구나 수필을 씁니다. 수필이 선비문학이니 세제여적이니 하는 엘리트 문학 정신이니 하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요사이 한국에서는 그야말로 수필 홍수시대, 수필집 안 내는 사람이 없습니다. 코미디언, 배우, 가수, 국회의원, 아나운서, 교수, 스님, 운동선수, 깡패, 흉악범, 넘편한테 얻어맞고 일생을 보낸 여자, 수많은 남자를 농락한 꽃뱀, 유부녀를 농락하고 나서 협박을 해서 돈을 뜯어내는 제비족, 10살 아래 남자하고 사는 50대의 자유부인, 이대로 가다가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흉악범, 모두가 수필집을 낼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수필집 저자들의 삶이 기구하면 기구할수록, 괴상망칙하면 망칙할수록 더 좋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수필집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그 질은 점점 더 떨어지고, 질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수필가가 문학권에서 받는 천대랄까 설움은 더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한국에 비하면 우리 한인 동포 사회에서 수필에 대한 대접은 무척 좋습니다. 즉 정서의 황무지인 이 북미대륙의 동포 사회에서는 수필이 동포 정서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훨씬 더 큰 대접을 받고, 상상 이외로 많은 독자들이 수필이나 시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정치 기사는 우리 해외 동포들에게 큰 관심거리가 되질 못합니다. 그러나 시나 수필 같은 문예란은 노래방 다음 가는 정서의 단비를 뿌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부산물의 하나는 예술의 대중화입니다. 이제는 시인만 시를 쓰는 세상이 아닙니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화가만이 미술전시회를 여는 세상이 아닙니다. 홀아비 앙상블, 가족 음악회, 장로 합창단, 여느 여고 몇회 졸업생 수필집, 가족 수필집, 주부 미술 전시회 등 제 신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예술 표현의 자유천지가 왔습니다. (199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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