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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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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발리의 목공예마을 MAS

 

꿈 꾸는 발리 섬 사흘째 날.

 

 

 마에스트로(巨匠)가 많이 나온다는 예술의 마을 MAS!

 전시관이자 작업장에 들어서자, 맨발의 성인 간디 목각상이 곧 마무리 될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듯, 안내의 여신이 멋적은 웃음을 짓고 서 있다. 발리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임을 보여 주는 듯, 각기 다른 신의 조각 상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다. 

하느님의 아들로 세상에 왔으나 정치노선이 다른 위험분자로 빌라도의 판결을 받아 십자가의 죽음을 맞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고상, 그 옆엔 힌두교와 불교의 다르마Dharma를 설파하는 승려와 보살들의 목각상, 그리고 바롱 춤에 쓰는 탈과 토펭의 탈을 쓴 목각작품들이 각기 신념의 자유를 누리며 서 있었다.

쉴 새 없이 드려다 보는 구경꾼들에 아랑곳 없이 맨발의 젊은 예술가들이 수도하는 자세로 끌과 망치를 열심히 놀리고 있다. 이 젊은이들은 목공예로 평생을 바친 후, 노년이 되면 작업장 감독이 되어 그들의 후손들을 젊은 예술가로 키워낸다는 것. 그들은 주로 흑단과 티크, 수아르 등을 주재료로 쓰는데, 흑단 작품이 인기가 있고 값도 높아서 보통나무에 검은 색을 칠해 비싸게 파는 작품도 있다고 한다.

 

 

발리 섬은 어디를 가나 신화의 나무가 무성하고, 거리 모퉁이를 돌 때면 아침 제례에 받치는 갖가지 꽃 향기가 바람 결에 온 섬을 누빈다. 타고난 예술가인 발리 섬 사람들은 목각 외에도 유화, 목판화, 금속이나 흙, 돌덩이 위에 자신을 투사하며 영혼의 숨결을 불어 넣는 작업에 익숙하다. 그들의 애니미즘(영혼신앙)적 민족예술사의 한 페이지를 저마다 엮어가는 듯.

어제 바롱 춤판이 벌어진 바추블란의 민속촌에도 석상이 즐비하게 서 있었고, 온통 돌로 깎아 만든 조각작품들이 발끝에 채일 정도였다. 성자의 조각상, 마녀의 상, 귀여운 작은 토끼로부터 무서운 공룡의 모습까지 이끼로 푸르뎅뎅한 모습이, 유명한 장인의 예술 작품이 아니었다면 푸른 군대귀신으로 보였으리라.

펜 잉크화로 유명한 렘파드(Lempad)는 원래 건축설계가로 사원과 탑의 조형, 바롱의 탈을 만들던 사람이다. 어느 날 독일의 화가이며 음악가인 스피스(Spies)가 발리 섬의 마력에 빠져 온 식구가 발리로 이주한 후 친구 사이가 되었고, 그에게서 받은 펜화 한 장이 유럽에 펜 잉크화의 새 물결을 일으킨 원조가 되었단다. 그의 작품이 전시된 우부드(Ubud)미술관이 있는 체루크 마을에 못 가본 게 못내 아쉽다.

어떤 나그네는 밤하늘을 이불 삼고 누워 자다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만들어낸 신비한 자연의 교향곡에 빠져서(미쳐서) 우부드의 화가로 눌러앉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마저 이 보이지 않는 늪 속에 한 발 한 발 빠져들 위험을 느끼며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에 얼른 올라탔다.

멀리 킨타마니(Kintamani)산의 시원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가 첫 삼거리에 잠깐 멎었다. 창 밖엔 삼거리를 지켜주는 검은색과 흰색의 돌 신상이 서있다. ‘제발 이 뜨거운 토속 신들이 사는 마을에서 화상을 입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하고, 나의 하느님께 간절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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