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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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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옛날옛적이야기-망코 읍장님과 고참병의 이야기(7)

 

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교회도 성소도 아닙니다요, 존경하옵는 신부님. 그 물건들이 성스러운 유물들이라면, 그건 제가 말한 옛날 이교도의 군대가 약탈한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하려는데 읍장님이 제 말을 막으셨지요. 그 병사의 준마를 손에 넣었을 때, 안장 앞에 달려 있던 가죽주머니 끈을 풀어 내린 겁니다.”

“아주 잘했구나. 이제 베르밀리온 탑 안에 네 숙소를 잡을 결심이나 하거라. 마법엔 안 걸렸어도 마법에 걸린 무어인 동굴보다 훨씬 안전하게 너를 붙잡아 둘 수 있는 곳이니라.”

“읍장님 처분대로 하소서. 저는 나리께서 성채 안에 어느 거처를 주시든 감사할 것입니다. 읍장님도 아시다시피 전쟁을 겪은 병사는 잠자리 투정을 안 하는 법 입지요. 다만 읍장님께 청을 드리는 것은, 나리께서 저에게 신경을 쓰시는 동안만이라도 이 성채를 철저히 감시하시라는 겁니다.”

 

 

그 장면은 이렇게 넘어가고, 포로는 베르밀리온 탑 지하감옥에 끌려갔어요. 아라비아 준마는 읍장의 마구간에, 무어 기사의 가죽 주머니는 읍장의 밀실 금고로 들어갔고요. 수도사는 그 주머니의 물건들이 교회에서 훔친 게 분명하니 그 성스러운 유물은 교회가 보관해야 한다고 우겼지요. 하지만 알함브라에서 절대적인 지배권을 지닌 읍장님이 귓등으로도 안 듣자, 수도사는 그 논의를 신중하게 접는 대신, 그라나다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겠다 결심했어요.

늙은 읍장 망코는 그의 성채에 붙어 다니는 오해들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도, 지금 자신이 그 무시무시한 무법자 중의 하나를 체포했다고 자부하고 있군요.

한편 그 이야기는 바람 따라 흘러 흘러 성채뿐 아니라 그라나다 도시 전체의 화제 거리가 되었어요. 사람들은 알푸아라를 덜덜 떨게 한 그 유명한 도적 미누엘이 늙은 망코 읍장의 손에 잡혀 베르밀리온 탑 지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떠들어댔으며, 그에게 도둑 맞은 사람들은 모두 그 약탈자를 확인하러 그리로 몰려들었어요.

병사가 갇힌 베르밀리온탑의 작은 방 창문은 단단한 쇠창살이 달려있고, 그 사이로 작은 산책로가 내다보이네요. 그 산책로에 그라나다 시민들이 동물원에 있는 야릇한 하이에나라도 구경하듯 모여들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그가 미누엘 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 죄수는 쾌활한 인상에 찡긋 웃기도 하는 얼굴이 흉악범의 얼굴은 아니었거든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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