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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4)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어떻게 됐소?”


빼뽀네는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던 돈 까밀로에게 물었다. 


돈 까밀로는 서부의 총잡이처럼 아무 말 없이 턱으로 돈 가방을 가리켰다. 빼뽀네는 긴장한 채 폭포처럼 땀을 흘리고 있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방을 열어 보았다.


“천만 리라죠?”


목이 잠긴 소리였다.


“물론이지. 자네가 직접 세어보게!” “아니요, 아닙니다!”


빼뽀네는 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정신 나간 듯이 외쳤다.


“천만 리라면 꽤 커다란 뭉칫돈이지. 적어도 한동안은 말일세.” 돈 까밀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내일이면 그게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조금만 소문이 잘못 돌아도 인플레가 되어 돈 가치는 형편없이 떨어지고, 나중에 남는 거라곤 아무 가치도 없는 휴지조각 뿐일텐데.”


“그러니 지체 말고 어딘가 투자를 해야겠어요.” 빼뽀네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천만 리라면 꽤 넓은 농장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역시 가치가 변치 않는 건 땅이 제일이지요.”


“땅이란 인민 모두의 것이라고 말한 건 말렌코프가 아니었나? 그러니 말렌코프가 오게 되면 자네 땅을 다 빼앗아가겠네 그려.”


“말렌코프라? 그가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온단 말이오? 그 사람은 제국주의자가 아니므로 남의 나라를 침범하진 않소.”


“내가 말렌코프라고 한 것은, 공산주의를 의미하는 걸세. 공산주의는 언젠가는 승리하네, 동무. 전세계는 지금 바야흐로 적화되어가고 있다네!”


돈 까밀로가 비아냥거리는 말에도 빼뽀네는 개의치 않고, 돈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황금이다! 바로 그걸 사면된다! 그렇지, 금은 땅 속에 묻어둘 수도 있으니까!”


 “땅 속에 묻어둬도 무슨 소용이 있겠나? 만일 공산주의 세상이 된다면, 국가에서 모든 걸 배급해 주게 되므로, 자넨 황금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된다네.”


 “그렇다면 차라리 외국으로 보내지요.”


“아하! 이젠 자네가 늘 욕하던 자본주의자들처럼 말인가? 이왕 보내려면 미국으로 보내야 할 걸세. 유럽은 틀림없이 공산주의 세계가 되고 말 테니까. 하지만 미국도 마침내는 완전히 고립되어 아마도 항복할 수밖에 없게 될 거야.”


 “미국은 강국이요. 공산주의 손이 절대로 거기까지 미치진 못합니다.”


 “신부님, 이번엔 돈을 가지러 왔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 말인가? 그건 절대로 안될 말일세. 난 방금 그 가방을 다락방에 깊숙이 감춰두었는데 지금은 도저히 가지고 내려올 마음이 없다네. 내일 다시 오게. 난 지금 춥고 졸리고… 날 못 믿겠다는 건가?”


 “믿고 안 믿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생각 좀 해봐요… 만일, 예를 들어서 신부님이 혹시 사고라도 당한다면… 그때 가서 그 돈이 다 내 돈이라는 보장을 할 수가 있겠소?”


“그런 건 걱정하지 말게. 그 돈가방엔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자네 이름이 거기 붙어있네. 난 모든 일을 잘 생각해 두었다네.”


“물론 그러시겠지요… 하지만 그 돈은 아무래도 내 집에 가져가는 편이 더 나을 것 같군요.”


돈 까밀로는, 빼뽀네의 목소리와 말투 속에 섞여있는 그 무엇인가가 몹시 마음에 거슬렸다. 그래서 그 자신도 거기에 대항하는 어조로 바꿔 말했다.


“돈이라니? 무슨 돈 이야길 하는 건가?”


“내 돈 말이요! 신부님이 로마에서 가지고 온 그 돈 말이요!” 


“자네 정말 미쳤군, 빼뽀네. 난 자네 돈이라곤 받아 본 적이 없다네!”

 

 

 

 


“왜, 그 표가 있지 않소?” 빼뽀네가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빼삐또 스삐제구띠, 그게 바로 나란 말입니다.”


“그렇지만 마을의 벽보판마다 하나같이 자네가 결코 빼삐또 스삐 제구띠가 아니라는 성명서가 붙어있지 않나? 자네가 직접 그런 성명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네만!”


“그래도 나란 말이요. 빼삐또 스삐제구띠는 쥬세빼 뽀따지의 철자를 풀어서 바꾼 이름이라고요.”


“천만의 말씀을! 빼삐또 스삐제구띠는 쥬세빼 뽀떼지의 철자를 푼 것일세. 그런데 자네 이름은 뽀따지가 아닌가? 나한테 쥬세빼 뽀떼지라는 아저씨가 계시거든. 그래서 아저씨 이름으로 그 복권을 샀던 걸세.”


빼뽀네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식탁 위에 펼쳐 있는 신문 가장자리 여백에 빼삐또 스삐제구띠라고 써보았다. 그 다음엔 자기 이름을 써놓고 글자들을 비교해 보았다.


“이런 벌어먹을!” 빼뽀네가 소리쳤다.


“‘ㅏ’ 대신에 ‘ㅔ’를 집어 넣었군. 하지만 좌우간 그 돈은 내 것이오! 그 복권을 당신에게 준 건 바로 나란 말입니다!”


돈 까밀로는 귀찮다는 듯이 이층으로 잠을 자러 올라갔다. 빼뽀네는 돈을 내놓으라고 계속해서 따라다니며 졸라댔다.


“너무 그렇게 충격 받을 건 없네. 빼뽀네 동무.” 돈 까밀로가 조용히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뭐, 내가 돈을 다 쓸 생각은 아니네. 난 그 돈을 자네의 이념을 위해, 즉 인민을 위해서 쓸 작정일세. 다시 말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네.”


“가난한 놈들은 악마나 데려가라고 하슈!”


빼뽀네가 더 악을 썼다. 돈 까밀로도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가면서 소리쳤다.


“이 돼지 같은 반동분자야! 잠 좀 자게 제발 꺼져버려!”


“내 돈을 내놔요. 안 그러면 강아지 새끼처럼 목을 졸라버릴 테니까!”


“좋아, 정 원한다면 그 더러운 물건을 들고 당장 꺼져버리게!”


돈 까밀로는 돌아누운 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돈 가방은 옷장 위에 있었다. 빼뽀네는 그 가방을 집어 들어 외투 밑에 감추더니 남에게 들킬세라 벌벌 기며 집을 향해 급히 달려갔다. 돈 까밀로는 현관문이 ‘꽝’ 닫히는 소리를 들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예수님.”


그는 맥이 빠진 채 말했다.


“왜 하필이면 저 친구가 복권에 당첨되게 해줬습니까? 빼뽀네는 이제 일생을 망쳐버렸습니다. 저 불쌍한 친구는 그런 형벌 받을 짓을 한 적이 없었답니다.”


“너는 애초엔 그 돈을 받을 자격이 없는 녀석이라고 내게 대들더니, 이제 와선 부당한 형벌이라고 말하는구나. 나는 언제나 남의 다리만 긁어주는 사람으로 보이더냐, 돈 까밀로?”


“예수님, 지금 중얼거린 건 당신께 드린 말씀이 아닙니다. 저는 복권님을 향해서 그렇게 말한 것뿐입니다.”


얼른 이렇게 둘러댄 돈 까밀로는 곧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돈 까밀로의 복수

 


 “예수님.” 돈 까밀로의 말이었다.


“그치는 좀 너무 했습니다. 그래서 전 그 치를 파멸시켜버릴 겁니다!”


“돈 까밀로,”


제단 위의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이 말했다.


“사람들이 나를 십자가에 매달 때 그들은 너무하지 않았더냐? 그래도 난 그 사람들을 용서해주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고 있었지요. 빼뽀네는 두 눈을 화등잔 만하게 뜨고 있었으니 동정 받을 처지가 못 됩니다.”


“여길 좀 보렴, 돈 까밀로.” 예수님이 나무라듯이 말씀하셨다.


“너는 빼뽀네가 상원의원이 된 다음부터, 줄곧 그 사람에게만 심하게 굴지는 않았느냐?”


이 말씀은 바로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기 때문에 돈 까밀로는 더욱 화를 냈다.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예수님,” 그는 항의했다.


“저를 조금도 알아주지 않으시는군요.” 


“아, 난 그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예수님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씀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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