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정(情) 1

강산이 수 번이나 변했을 
세월이 흘러 흘러도
마음 한 구석에는 가끔 불쑥불쑥 
옛정이 한없이 그리울 때가 있다.

고국 방문차
하루는 느닷없이
택시에 몸을 맡긴 고향길
머리에는 온통 옛 시절로 돌아가
분주히 생각에 들떠 있는데
고객님! 다 왔어요
기사님의 큰 소리에 놀라 밖을 보니
생판 모르는 도시의 그림이다.

두리번 사방을 아무리 살펴봐도
학교길 오르내리며 재잘대던 
정다운 언덕길은 숨막히게
경쟁하듯 높은 아파트로 꽉 차
허전하고 낯선 길에 나 홀로 섰다.

내 집같이 드나들던 앞 뒷집의
큰 사립문 집들 주인은 어디에 갔을까
모락모락 김이 나는 삶은 감자와
갓 찐 옥수수 소쿠리 들고
신나게 이웃집에 심부름 가던 
그 계집아이만 쓸쓸히 서 있다
인정 많던 우리 이웃 다 어디에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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