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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숙 코너

    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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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변경선 동(東)과 서(西) (30)

 

 (지난 호에 이어)
 6파운드 12온스니까 3.2킬로 쯤 되나보다. 3킬로도 못되던 ‘영’과 비교하면 훨씬 크고 튼튼해 보였다. 눈을 감은 채 젖꼭지를 찾아 입을 오물거리며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대고 있었다. ‘하하 배가 무척 고픈가 보구나.’ 쭉쭉 소리가 나도록 복스럽게 우유를 빨아대는 아기를 내려다보니 처음으로 자랑스러운 기쁨이 용솟음쳤다.


 ‘영’을 출산한지 일주일 만에 출혈로 응급실에 실려 갔던 일이나 자연유산의 경험은 손이 귀해서 고대하던 어른들께 더 이상의 아기를 단념하게 만들었었다. 병원에 서둘러 오게 된 이면엔 지난 10개월간 걱정으로 초조하던 ’훈‘의 가눌 수 없는 염려가 숨겨져 있기도 하였다. 순산이고 또 아들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마음껏 축복을 받고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기를 보내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미시스 ‘송’이지요?”


 “아. 미시스 ‘황’이시군요. 어떻게 아시고 전화를”


 “닥터 ‘송’이 어제 밤에 전화를 해주어서 알았는데 그만 입원실 번호를 안 물어놔서 지금에서 안내 전화를 걸어 알아냈지요. 아니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아들을 잘 나시우. 참 복도 많고 재주도 많고. 하여튼 축하해요.”


 미시스 ‘황’은 낮은 음성으로 한참 웃으며 축하를 해주더니 미국에서는 아버지나 조부모 외에는 면회를 안 시켜주니까 나중에 퇴원하면 집으로 찾아가겠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미시스 ‘황’과 이야기를 하고나면 늘 마음이 개운했다. 가려운 곳 긁어주듯, 아픈 곳 어루만지듯, 언제나 상대방의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착한 마음과 이해심이 촉촉이 스며들었다. 울고 웃고 난 후의 편안한 마음은 곧 졸음을 불러왔고 모처럼만에 참 평화롭게 낮잠을 잤다. 


 오후 2시경에 ‘훈’이 면회를 왔다. 문에 들어서면서부터 만면에 가득한 웃음이 방안을 환하게 비추는 듯 밝았다. 


 “어때? 오면서 봤는데 자고 있더군. 머리털이 새까맣고 수북해서 금방 찾겠어. 후훗.”


 노랑머리들 틈에 혼자 새까만 머리를 하고 의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태평하게 자는 모습이 우습다고 자꾸 웃었다. 밉다 곱다 할것 없이 그저 흡족하고 대견한 모양이었다.


 “오늘 아침엔 교실 친구들한테 전부 ‘씨 가’를 돌렸지.”


 “‘씨 가’는 왜요.”


 “여기 관습이야. 큰 박스 하나가 모자랄 지경이었는걸.”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이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는데 저렇게 순진하고 단순할 수가 있을까. 시종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더니 ‘숙’의 손을 잡으며 ‘잘 했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뇌고 있었다. 


 “그보다도 나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 한 이틀 후에 집에 가면 안 될까요.”


 “왜? 더 있어. 나오는 날부터 고생일 텐데. 벌써 나오려고 그래.”


 “영’이 걱정되고. 아빠도 학교에 빨리 나가야 될 거 아니에요.”


 하루 입원비가 50불이 넘는다는 병원에서 태평하게 정양을 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이는지 고개를 갸웃하더니 닥터 ‘패터슨’이 좋다면 퇴원하자고 일단 승낙이 되었다.


 “애 이름은 ‘현영’이라고 하면 어떨까. 영어로는 음이 같게 헨리(Henry)라 하구.”


 병원에 있는 동안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어서 미국사람들은 병원에 오기 전에 이미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이름을 준비해 가지고 있다가 골라서 쓴다고 한다. 한국처럼 출산 후에 작명을 하고 출생신고를 하는 줄 알고 있다가 겨우 한 주 전에 부랴부랴 애 이름 두 개를 작명하여 보내 주십사 했으니 도착 되었을 리가 없었다. 


 아마도 밤새도록 엎치락뒤치락 거리며 연구한 서투른 작명가의 작품일 것이다. 


 “그러지요 뭐 ‘영’자 돌림 따서 ‘헨리 영 송’ (Henry Young Song. 송현영)이라고 출생카드에 적을게요.”


 ‘훈’은 밖의 차 속에서 ‘웨슬리’와 ‘영’이 기다린다며 돌아갔다. 


 아침 회진시간에 들른 닥터 ‘패터슨’이 물었다. 


 “집에 빨리 가고 싶습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을 나갔다. 


 다음날 아침 ‘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침까지 별 이상 없이 경과가 좋으니까 오늘 중으로 퇴원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으니 오후 면회시간에 퇴원하자고 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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