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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칼럼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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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위기

 

 

 꿈은 이상이요, 비전(Vision)이며, 삶의 청사진이요, 목표이다. 사람은 꿈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의 얼굴에서 꿈을 읽을 수가 없다.

찰나주의의 척박한 히히덕거림은 있어도 꿈이 사라져가고 있다. 요철처럼 짜인 기계문명 속에 감격과 희열이 없고 피곤에 지친 몸을 내일의 작업을 위해 기계에 기름을 치듯 침대에 맡겨 휴식을 취한다. 


이러한 일상성 속에서 우리는 꿈을 잃어버리기 쉽다. 더욱이 미래학의 묵시처럼 보여주는 지구촌의 앞날, 각박해 가는 인심, 치솟는 물가고, 불안, 공포, 허무 지수는 점점 높아만 간다. 그러나 “내일 세상에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외친 화란의 철인 스피노자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질문화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북미주에 이민법이 개정되면서 고국을 떠나 이곳을 찾아나선 우리 교포들은 대개가 전문직에 종사하던 고급인력이었으나 언어와 제도가 다른 이곳에서의 적응도가 낮아 소수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육체와 시간으로 메워가는 사업에 손을 댄다. 그 일이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사업체들이다. 그런데 요즈음 이 생업장에 심한 어려움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불행한 일이다. 


사실 우리는 이민 삶 속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정든 고향, 부모, 형제 그리고 같이 자라던 벗들, 이제 우리는 우리말 구사력마저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자녀들이 소수이긴 하지만 그들이 가져야 할 꿈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문명은 고향을 떠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든 고향, 내가 어려서 놀던 곳, 내 잔뼈가 거기서 굵어졌고 내 조상들이 묻혀 있는 고향을 떠난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일이 못 된다. 그런데 세계 도처에서 대도시 작업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도록 우리를 몰아세운다.


더욱이 우리는 비좁은 땅에서의 아귀다툼보다는 보다 광활한 땅을 찾아, 우리와 우리 2세들을 보다 넓은 땅에 심어주고자 이민의 아픔과 개척자의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이국땅 북미주에 왔다.


이곳 북미주는 넓고, 산수 좋고, 공기 맑은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이민생활은 고달프기만 하다. 게다가 갑자기 다른 문화권에 들어서면서 받는 문화적 충격, 특히 언어의 장벽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고급인력이라 자부하고 왔지만 이곳에서는 우리를 단순노동자로 인정하고 대부분의 교포들이 고국에서 상상도 못하던 육체노동에 종사하고 생존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민족은 성실과 인내로 이 새로운 삶의 현장에서 줄기차게 뻗어간다. 이와 같은 삶의 현장에서 이민자들이 다 경험하는 “한계적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그때에 이민자들에게 오는 위기가 있다. 그것이 바로 정체 위기(Identity Crisis)이다. 즉 “나는 누구인가”하는 자기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묻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새로운 문화가 탄생된다고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복합문화(Multi Culturalism)가 발달한 것이다. 복합문화주의란 자국의 문화를 보존하면서 타문화와 대등한 관계에서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종족복합사회를 형성하는 문화이다.


이 같은 복합주의의 생명은 다양성과 통일성과 조화이다. 각 종족간에는 상호 타문화를 존중하고 공통분모를 찾아 조화를 이루면서 복합문화를 이루어 가는 사회이다.  캐나다 남동부 온타리오 호수가 있는 토론토, 이 거대 도시는 캐나다를 방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나가는 아름다운 도시이며 산업과 경제 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산수 좋고 공기 맑은 이곳에는 숲과 호수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특히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명소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위도상으로 북쪽에 있는 캐나다 하면 추운 날씨를 연상하나 토론토는 예외이다. 온타리오 호수의 난류 영향으로 다른 지방에 비하여 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다. 이곳에서 각국 인종이 모여 충돌 없이 복합문화를 유지하며 오순도순 살아간다.


우리는 이 땅에 늦게 도착한 주인이다. 그러나 여러 종족과 협력하여 공동체 속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나갈 때 내 조국에 대해서도 공헌하는 일이며 세계평화에 대하여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다. (20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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