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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칼럼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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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사계절

 


 한 인간의 생애는 나이에 따라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계절로 비유되고 있지만 나는 다음 네 가지로 구분하고 싶다. 꿈꾸는 시대, 방황하는 시대, 정착하는 시대, 그리고 누구나 비켜갈 수 없는 노년기의 추억하는 시대로. 


 우리는 어린 시절을 꿈 속에서 보낸다. 유년기나 소년기나 그들이 보는 이 세상은 온갖 아름답고 신비한 것으로만 가득차 있다. 그러므로 아무런 의혹과 불신이 없이 모든 사람의 말을 순진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자연 현상을 신비한 눈초리로 관망하는 순수한 유년기 소년들에게는 고민이 없다. 슬퍼도 기뻐도 그들이 잃지않고 있는 것은 꿈이다. 신비한 세계 속에서 그들은 마치 저 먼 창공의 별들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굴리며 현실이 아닌 꿈에 가득차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꿈 속에서만 살아가던 인간은 청년기에 들어서면 그들의 젊은 혈기가 꿈만 꾸고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소년 시절의 그 많은 꿈들을 현실 속에서 찾으려고 부모들이 말리더라도 짐을 꾸리고 너 나 할 것 없이 사바세계로 출범하는 것이다. 


그들의 목표가 어디인지는 그들 자신도 확실히 모른다. 다만 조각배에 돛을 달고 푸른 대양으로 대담하게 떠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그 청춘이 다 가도록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방랑객이 되어 그들의 젊음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청춘기도 오래가지 않는다. 그들은 머지않아 방랑의 여정을 마치고 방랑 속에서 스스로 찾은 고향에 정착하게 된다. 그 고향을 찾았을 때가 되면 그들은 이미 사십대의 장년기에 들어선 것이다. 비로소 자기 작업이 세상에 자랑할 수 있는 창조적 활동에 이바지하며 한 인간으로서 성숙한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청년기의 남녀들은 설익은 과일처럼 어설픈 것이 그들의 매력이지만, 사십대는 이제 모든 것이 정리되고 성숙했다는 점에 그 인간의 매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이러한 정착의 시절이 지나가면 다음에는 추억으로 사는 시절이 온다. 노년기가 바로 그것이다. 노년기에 들어서면 살아온 경험으로 가장 많이 인생을 알기 때문에 가장 많이 행복을 독점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이미 육체가 제대로의 구실을 못하며 게을러지고 행동을 거부한다. 그래서 이 시절에 스스로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은 추억 뿐이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인 늙으면 추억으로 산다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한 인간의 전 생애를 꿈의 시대, 방랑의 시대, 정착의 시대, 그리고 추억의 시대로 나눌 때 소위 인생의 가장 큰 멋이란 과연 어느 때 찾아보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행복의 의미를 파악하고 또 그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시기는 어느 때일까?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찾는다. 이와같이 행복의 기준이 물질적 풍요와 고통 없는 쾌락, 그리고 세상의 명예를 얻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온순하고 착하게 사는 것은 멍청한 일이고, 자비롭고 의로운 삶은 이기적 세상의 희생양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이 오랜 방황 속에서 추구해 나가는 참된 행복은 슬프지 않고 괴롭지 않다는 평온한 상태의 그 이상의 것, 그런 상태의 실감있는 기쁨을 우리는 찾고 있는 것이다. 참된 행복이란 우리에게 사색의 능력이 발달했을 때 얻어지는 것이다.


 행복이란 삶의 보람을 의미하는 것이요, 그 같은 보람은 인생에 대한 판단력에서만 얻어지는 게 아닌가? 그리하여 그 삶의 보람 속에서 생명의 희열, 생명의 약동, 생명의 찬미를 의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행복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청춘기 이후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인생이란 참된 행복을 겨우 알만큼 되었을 때면 이젠 아쉬움만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야 하는 딱한 동물,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행복을 쫓다마는 미수범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중에서 아주 열심히 창조적인 작업에 나서고 아주 열심히 누군가를 사랑해 보고, 또 아주 열심히 사색해 나가는 몇몇 사람만이 이 미수범을 면할 것이다.


 행복이란 반드시 어느 항구를 찾아가 봐도 흔적을 찾지 못하는 환상은 아니다. 참된 행복의 의미를 알고 그것을 찾는 자에게는 행복은 반드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201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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