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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칼럼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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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Egypt)(2)-수도, 카이로 Cairo

 

 (지난 호에 이어)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은 에피소드가 생긴다. 즐거운 일도 많지만 당황스럽고 놀라운 일도 많다. 그럼에도 길을 떠나고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만은 아니다. 내 것이 아닌 것에서, 내 나라가 아닌 이역만리에서 겪는 여러 경험을 통해 느끼고 배우는 것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수백, 수천 년 된 우람한 석조건물의 경관을 그저 돌아보는 것만이 아니다.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 이 도시에서 온 일생을 다하여 배우고 노력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이룩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은 큰 기쁨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이집트는 사막 한가운데로 나일강이 햇볕에 반짝이는 은빛 띠처럼 둘러쳐 있고, 카이로 시내가 모래먼지와 공장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인지 잿빛으로 무겁게 착 가라앉아 있는 이른 아침이었다.


 문화와 피부색이 다른 나라 이집트에 간다는 설렘을 안고 드디어 카이로에 도착했다. 우리를 맞은 건 모래먼지 가득한 시내 전경과 사막 그리고 예스러운 풍경의 카이로 시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혼란스런 문화적 차이에 대한 생각은 한 치 앞도 하지 않은 채 우리들은 들떠 있었다. 아랍계의 중심지 카이로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나일강과 사막 전경에 우리 모두는 즐거웠다.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한국말을 한국인보다 더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집트인 안내자가 나타난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 한국의 두 대학에서 어학을 공부했고 하숙집 주인 김씨 이름을 따서 김철수라는 한국이름도(이집트 이름: Medhat Fatah) 가지고 있었다. 그의 한국어는 농담을 썩어가며 우리들을 웃기기도 하고 능숙한 언어와 풍부한 역사 지식을 겸한 프로 여행안내자였다.


 세상은 넓고, 또 넓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해 살고 있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는 우리에게 있어서 참으로 멀고도 생소한 곳으로 느껴진다. “아랍의 봄”의 중심지로서 민주화의 바람을 아랍세계 전역에 퍼뜨리는데 일조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겠지만, 이를 제외하면 카이로는 지리학 교과서에서나 가끔 볼 법한 존재였다. 그러나 카이로는 인류 문명 출발지 중 하나였던 이집트 문명의 수도이자 역사의 풍파를 5천 년이나 버텨온 고도이다. 그만큼 우리들에게 들려줄 비밀스런 이야기가 많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여행가였던 헤로도투스는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 묘사한 바 있으며, 예수의 탄생 훨씬 이전부터 여행가들은 피라미드, 스핑크스, 고대룩소르, 나일강 등 이집트의 이미지에 매력을 느꼈다. 파라오, 그리스, 로마, 아랍, 터키, 영국이 모두 이집트를 지배했었고, 그들의 모든 유산과 이슬람 그리고 20세기 문명이 혼합되어 오늘날의 이집트가 되었다.


 카이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폭이 좁은 차선들과 곳곳에 있는 이슬람 사원, 마드라사, 파티마 등은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다. 이곳에는 미로 같은 칸 엔 칼리리 시장을 만나볼 수 있고, 도자기, 직물, 향신료, 향수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오래된 이슬람 제국의 아름답고 잘 보존된 건축물과 혼잡한 도로를 체험할 수 있다. 


 도시에서도 자동차와 당나귀가 끄는 짐마차와 함께 어슬렁거리는 염소도 도로를 활보한다. 이러한 대조가 카이로보다 더 다채롭게 드러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카이로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으며 자동차 경적 소리,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 신자들에게 기도 시간을 알리는 무에진(Muezzin) 소리로 항상 귀가 멍멍하다. 


그러나 이집트는 혼란스럽고 떠들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이버들이 꿈꾸는 나라이기도 하고, 사막을 가로질러 조용히 낙타를 몰고 가는 대상과 나일 강을 따라 여유롭게 내려가는 긴 너벅선이 지나 다니는 곳이기도 하다.


 나일 강을 중심으로 카이로 중심가는 현대 고층건물로 가득차 있고 유유히 흐르는 나일강물은 어느 국가의 수도 못지 않다. 카이로는 세계 어느 도시 못지 않게 아름다워 보이는 21세기 현대 문명과 근세의 문명이 나일강을 중심으로 뒤범벅 되어 충돌하는 혼돈의 도시인 것 같다. 


인구 1200만의 이 거대 도시는 공해와 교통, 주택문제, 환경문제로 가득찬 듯하다. 중앙선이 없는 도로에 차가 엉키기 일수고, 횡단보도와 신호 등이 없어 사람들이 차가 달리는 대로를 그냥 건너도 곁에 있던 경찰도 상관하지 않는 세계에서 혼돈이란 말이 가장 어울리는 도시인 듯 하다.


 죽음의 고대도시(Old Cairo)와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대충 관람 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러 서쪽 기자 지구로 갔다. 서기전 5000년 초기 왕조시대부터 계속되다가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후 서기전 30년 그리스 혈통 클레오파트라 7세가 로마에 망할 때까지, 그리고 무슬림에 의해 지배된 620년 이후,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침략 이후 약 백년간 영국지배를 받기까지 명멸한 수많은 지배자들이 쌓은 유물들이 박물관과 나일강변에 흩어져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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