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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용기있는 결정, Oh! 캐나다 “바다를 건널 수 있는 자는, 용감한 사람이다”

 

 

         

(지난 호에 이어)


2. 도서관에서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아이 둘은 학교를 마치면 곧장 집으로 가지 못하고 늘 학교 옆에 있었던 공공 도서관으로 가야만 했다. 배는 고픈데 아직 일터에서 돌아오지 않은 엄마, 아빠를 도서관에서 기다리다 지친 아들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나 마음이 찡하다.


사연을 모르는 입장에선 “이게 무슨 얘기인가? 할 것이다. 즉 캐나다 법은 15세 미만 자녀의 경우, 어른이 집에 없으면 미성년자 들만의 귀가를 허용치 않기에, 부모가 일을 마쳐야만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에 있어 약 3년에 걸친 고달픈 시절이었다. 스포츠를 좋아했던 탓에 지쳐 엎드려 자던 모습의 아들과는 달리 딸애는 단 한번도 그런 모습으로 엄마, 아빠를 맞지 않았고 책 읽기에 빠져 있거나, 학업에 심취해 몰입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동생과는 불과 1년 차 인데도 생각과 행동은 서너 살 이상 차이 난 듯 성숙하였고, 어쩌면 그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진취적으로 성장했구나 싶기도 하다. 


즉 어려운 환경에서 불가피하게 주어졌던 학습 시간이 오히려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고, 또 스스로 공부하는 힘으로 발전한 듯 대견하다. 대부분의 한국 주부들이 그렇듯 아내도 집에 있었으면 어떠했을까를 상상해 본다. 


즉 남들 못지않게 아이들을 알뜰하게 챙겨 먹였을 것이다. 이국 캐나다에서,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용케도 잘 마치고 왔다고 격려하며 대견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린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한창 많이 먹을 때였지만 식사 시간 조차 맞출 수 없었던 것이다.


아내도 일을 해야만 했고 본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일하며 지냈던 초기 힘든 상황이 아이들로 하여금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게 한 것 같다. 엄마, 아빠의 고생을 지켜본 아이들도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이들에게 뭘 심어주겠다고 어떤 교육 목적을 노린 것이 아닌데, 어쩔 수 없는 여건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가 더 나은 효과를 가져다 준 것이다. 즉 일부러 과외 선생 데려서 공부 시키려 했다면 역 효과가 날수도 있는데, 과외는 고사하고 저녁 식사 마저 매일 늦어 안쓰러웠다. 그나마 우리 가족이 다함께 있어 행복하다 위로하며 지냈는데, 어느 듯 아이 둘 모두 각자 자리에 우뚝 선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

 

3. 사립, 공립 학교와 가톨릭 학교의 차이


아이 둘을 처음엔 공립 학교로 입학시켰다. 왜냐하면 세계 각국에서 이민자로 혹은 난민으로 왔다 하더라도 캐나다가 지향하는 평등과 존중의 가치에 부합하는 인간으로서의 성숙은 종교적 색채를 담은 가톨릭보다 공립 학교가 나을 것이란 개인적 논리에 근거하였다.


그러나 분명 기대와 현실엔 차이가 존재했다. 취지가 좋아도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즉 요지는 아이가 즐거워하느냐 않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둘째 남자애는 문제가 없었으나 첫째 딸애가 무척 힘들어 했다. 약 3개월 정도의 공립 학교 생활을 접고 가톨릭 학교로 옮겼는데, 그 후 딸애는 학교 생활을 아주 즐거워하였는데 참으로 시기 적절한 조치였던 것이다.


공립 학교도 충분히 좋은 시설과 환경을 갖추고 있으므로 단적으로 가톨릭 학교가 공립 학교보다 낫다고는 할 수 없다. 단, 공립학교는 종교를 초월해서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함께 다니는 학교라는 사실에 비해 가톨릭학교는 대부분의 학부형들의 종교가 가톨릭이라는 점인데, 간혹 종교와 무관하게 다니는 경우도 있어 상세 사항은 지역마다 규정이 달라 개별적으로 알아 봐야 할 것이다.


우린 아이를 비롯 우리 부부도 영세를 받은 입장이라 가톨릭 학교 입학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집 근처의 공립 학교는 특별히 중동 계통의 학생들이 많았던 탓에 딸애가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동네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선입견은 갖지 않길 바란다.


다만 개인적 경험으로 공립보다는 가톨릭 학교가 괜찮았다는 것을 참고로 하기 바란다. 그러나 사립학교는 완전히 다른 차원임을 알아야 한다. 즉, 너무 많은 경비가 소요되는 것이다. 공립과 가톨릭학교는 고교 졸업 때까지 무료이지만, 사립학교는 엄연히 비싼 회비를 개인적으로 내면서 다녀야 함으로 큰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즉 학비가 비싸더라도 개의치 않고, 단지 특별 교육 환경에서 엘리트 교육을 목표로 한다면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이 대학 진학 후에 만난, 사립학교 출신 친구들의 면면을 보거나 또 친구의 친구 즉 사립학교 동문들을 보았을 때 그리 흔치 않은 하버드, 예일을 나왔다는 경우를 본적이 있어 “하, 돈을 들이는 이유가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엄연히 캐나다의 공립과 가톨릭학교는 무료 교육인데, 그리고 질적인 면에서도 크게 모자람이 없는 캐나다의 공교육 제도를 두고 굳이 비싼  돈 들여서 가야 하는 이유, 분명히 거기엔 특권의식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전혀 경제적 부담이 안될 때, 한번쯤 심각히 고민해도 괜찮을 듯하다.


우리 아이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 방법으로 캐나다의 공교육 과정을 거쳐 대학을 졸업한 마당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욕심이 지나치면 실물을 거둔다는 말처럼 “그만하면 됐다”고 말한다. That’s enough. I really appreciate it.

 

4. 강력히 추천하는, 커뎃(Cadet) 활동


아이들이 7, 8학년 중등학교 시절에 캐나다 육, 해, 공군 조직을 그대로 축소한 듯한 청소년 훈련단체인, Youth Military Cadet에 가입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집 근처에 군부대가 있어 둘 다 육군 커뎃 활동을 한 것이다. 


커뎃과의 최초 인연은 동네 커뮤니티 실내 아이스링크에 스케이트를 배우러 갔다가 이웃 주민에게서 들었다. 그래서 봄부터 직접 참가하게 된 것이다. 실제 예비역 군인들이 교관이 되고 학생들은 군복을 입고 제식훈련 및 군대식 규율을 익혀가는 것이다. 


특히 군악대 활동을 통해 트럼펫 등 악기 연주도 배울 수 있어 일거양득이었다. 그리고 여름방학 동안에는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 생활을 하기도 하는데, 특이한 점은 캠프 참가 비용을 내는 게 아니라, 반대로 수당을 받으면서 캠프 활동과 훈련을 한다는 점에서 한국 이민자의 입장에선 ‘가재 잡고 도랑친다’ 는 격언이 딱 맞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부모의 입장에서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이 어디라도 다녀와야 마음이 편한데, 역시 비용이 드는 것이고 혹시 한국을 다녀온다면 훨씬 더 많은 경비가 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커뎃 훈련 캠프는 반대로 수당을 받으며 재미있는 야영 캠프에 참가하는 셈이니, 초기 이민자의 입장에서는 아이들 여름방학 캠프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표현도 괜찮을 듯하다.


그리고 자녀들 중 캐나다 사관학교 입학을 목표로 한다면, 커리어의 연속성 차원에서도 아주 바람직한 선택이라 보인다. 우리 두 아이들 중, 첫째보다는 남자인 둘째가 관심을 더 보인 것이 최종 사관학교 입학으로 이어졌는데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아이들은 처음엔 육군 커뎃을 하다가, 이사를 해 오타와 공항 가까이에 있던 공군 커텟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 때 공군 수송기를 타 보기도 해 학창시절 특활 활동으로는 여러 면에서 아주 좋은 교육적 효과를 본 것 같다.


특히 자녀가 만일 장래 군인 관련 직업을 비롯 경찰, 소방대원 등의 특수직에 도전하는 경우, 본 커텟 활동은 청소년기에 아주 좋은 경험이라 생각된다. 기왕이면 커뎃 활동을 기초로 하여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캐나다 사관학교로 입학하게 되면, 경력 인정과 동시 여러 혜택을 받게 되는데 심지어 생도 봉급도 더 많이 받게 되는 사례를 본 적이 있다. 


밴쿠버에서 온 아들의 사관학교 동기생의 경우가 그랬다. 이 같은 내용을 미리  인지해서 청소년기의 우리 자녀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와 관심을 갖게 하고, 필요한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로써 활용되길 바란다. (다음 호에 계속)

 

5. ‘No English’ 에서 영-불 ‘바이링궐’(Bilingual)까지! 


많은 분들이 캐나다 이민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 한다. 즉 이민 1세대가 고생하더라도 자녀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며 훌륭하게 성장해 준다면, 그 에 상응하는 보람을 찾게 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기대와 현실은 종종 서로를 외면한다. 심지어 주류 사회로의 진출은 고사하고 안정된 직장 조차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부모로서 캐나다 이민을 후회할 지 모른다. 그런 연유로, 향후 최소한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한 신규 이민자들을 위해, 단 1명이라도 캐나다 주류 사회로의 진출을 돕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 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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