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ON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164)-아들에게 좋은 유산

 

주말이라 늦잠 자려 했는데, 1시간 넘게 나가자며 낑낑대는 애완견의 고집에 견디다 못해 일어나 산책하러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모습의 노부부를 만났다. 바로서기 조차 힘들어 하는 부인의 두 손을 꼭 잡고,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하며, 거북이보다 더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에 사랑이 넘쳐난다. 내가 그리는 노년의 모습이다.
여유와 사랑이 함께하는 삶… 캐나다로 온 이유… 캐네디언이 된 이유… 어제 본 드라마에서 느낀 감동이 되살아난다. This is us”란 제목의 드라마다. 36세 생일을 맞는 3사람을 보여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란성 백인 쌍둥이 남매와 함께 자란 입양아 랜달. 이 드라마는 이들의 탄생과 성장을 시간이동하며 그려내고 있다.


 3쌍둥이를 임신한 어머니가 아이를 낳으려 한다. 어머니는 담당 의사를 찾지만 담당의사는 근무 중이 아니기에 다른 의사가 배정된다. 진통과 불안함에 떠는 어머니를 안정시키는 74세의 베테랑 노인 의사. 남아, 여아 각 한 명씩은 건강하게 태어났으나, 1명의 남아를 사산하였다. 침통해 하는 아빠에게 “나도 첫아이를 잃고 그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으로 74세인 지금도 아이들의 탄생을 돕는 산부인과 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때 소방서 앞에 버려진 흑인 아이가 발견되어 같은 병원 신생아 실에 데려다 놓는다. 사산한 아이 대신 흑인아이를 입양하여 3명의 아이를 키우는 부부. 현실과 회상을 넘나들며, 애잔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제 3회를 보았는데 휴머니즘이 깊게 여운을 남긴다. 독자들도 시간 내어 관람해 보시라 추천하고 싶은 좋은 작품이다. 


물질 만능주의, 인종차별, 발전하는 문명의 혜택으로 더 편리하게 살지만 커지는 소외감과 고독에 몸부림치며 사는 우리들… 굴곡진 현세를 사느라 잊고 지나치는 작은 감동들. 이 작품을 보며 인간의 따스함,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얄궂은 운명에 영향을 받지만 자신의 의지로 삶을 이끌어간다. 만남, 사랑, 갈등, 성공, 후회, 실패, 그리고 이별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놓친 열차를 못내 아쉬워 하며 사는 게 인생이리라… 월남전쟁 참전을 반대하는 노래 ‘Blowing in the wind’를 불러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Bob Dylan은 노래로 전한다.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Before they call him a man 진정한 인생을 깨닫게 될까? 
How many years can some people exist 사람은 얼마나 긴 세월이 흘러야 
 Before they're allowed to be free 진정한 자유를 얻을까?
How many times must a man look up 얼마나 많이 올려다 보아야 
 Before he can see the sky 진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바람이 전해 준다네…

 

 


지금 내게 중요하거나 힘겨운 일이 타인에게는 중요치 않거나 쉬운 일일 수 있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하나의 추억이 되는 게 인생이다. 얼마 전 아들의 카드 빚과 은행의 신용 대출금을 해결해 주고자 아들과 함께 찾아왔던 A씨의 얘기를 나누려 한다. 그는 5년 전 힘들다고 호소하는 아들의 빚을 대신 갚아 주며 “이번 한 번뿐이다. 성인이니 앞으로는 재정관리를 잘해서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고 잘 살아라.”고 말하였다. 


그 후 좋은 회사에 취직하였고, 직장 근처 다운타운 에 아파트를 얻어 혼자 잘살던 아들이 얼마 전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회사를 그만 두었고 새로 빌려 쓴 3만불 빚으로 혼자 살기 힘들다고 한다. 힘들다는 아들로 인해 부모의 근심도 커져만 갔다. 고민 끝에 아들과 함께 필자를 찾았고, 상담 후 아들이 채무삭감 신청을 하였다. 


“아들의 빚을 대신 갚아주고 싶지만, 추후에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으니 이번에는 본인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려 한다.”며 가슴 아파하는 아버지에게 “전에 한번 갚아 주었으니 이번에는 혼자 해결하게 하여 성인이 갖추어야 할 책임감을 습득하게 하여야 한다. 지금 마음 아파도, 장기적으로 볼 때 아들에게 좋은 유산을 주는 것이다.”하여 채무삭감 신청을 하였다. 


한달 후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들에게 소송 관련 법원 서류와 변호사의 채무 변제 요청서가 왔는데 어찌해야 되냐.”고 걱정스레 묻는다. 채무삭감(Consumer Proposal)은 말 그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빚의 약 30%만 갚겠다고 제안하고, 채권자가 45일 안에 이를 수용 또는 거절한다고 공식적으로 통보한다.


‘소액재판을 신청하였다니 채무삭감 제안을 거절한 것인가? 그러면 왜 공식적으로 통보하지 않았을까?’ 채무삭감 신청 전 3개월 간 Minimum Payment도 하지 않고, 관련 요청서에 답신도 하지 않자, 채권자인 은행에서 다음 수순으로 변호사에게 소송 신청을 요청하여 일이 진행 중이었다. 채무삭감 신청을 늦게 하였기에 시간 차이로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다행히 채무삭감 신청 후 45일 지나도록 은행에서 거절(Oppose)한다는 공식 통보를 하지 않았다. 거절 통보를 하지 않을 경우, 채무 삭감 제안이 수용된 것으로 간주된다. 즉 연방 BI법에 의거 Trustee가 법원에 소액 재판 기각 요청서를 보내면 소송 관련 모든 귀찮은 일이 마무리 된다. 


재정난으로 어렵다면 바로 BI법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아름다운 세상.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라고 한다. 바람이 전하는 말에 따라 감사와 사랑의 씨앗을 마음 텃밭에 뿌리며 오늘을 시작한다. 한 해를 마무리할 시기다. 온정으로 서로를 감싸며 따사로운 겨울을 보내자.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