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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기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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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김장 그리고 주말농장

 

 11월 1일 눈이 함박 내렸다. 그리고 우리는 김장을 마쳤다. 부엌에 쭉 늘어서있는 김장통들을 보니 뿌듯하다. 갓김치 한통, 석박지 한통, 열무김치 한통, 배추 포기김치 두통 그리고 막김치 반통. 그리고 삶아서 얼려놓은 우거지나 무청 등은 겨우내 된장과 함께 우리의 먹거리가 될 것이다.

 

 15년 전, 어머니의 암수술이 끝나고 어머니의 삶도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당신의 아파트로 집사람과 여동생을 부르셨다. 아파트에는 전날 내가 사다 놓은 배추와 무 등 김장을 할 재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며느리와 막내딸의 도움을 받아가시며 당신의 마지막 김장을 마치셨다. 그때까지는 홀로 김장을 하셔서 아들네와 딸네 집에 대셨는데, 마지막으로 김장하는 방법을 며느리와 딸에게 전수하신 것이다.

 

그래도 주로 김치를 사다 먹긴 했지만 가끔가다 집사람이 김치를 담그면 사온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손맛이 있는지 음식을 하면 무척 맛있다. 집안에 손님이라도 올 때면 식당음식보다는 자신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려 사흘에 걸쳐 김장을 한 것이다.

 

 지난주 아는 목사님 사모님께 문자를 받았다. 베더스트/제퍼슨 농장으로 오면 산마늘 김치와 함께 배추를 좀 주시겠단다. 집사람께 이야기했더니 열무김치도 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목요일 농장에 들렸다.

 

베더스트를 운전하다 보니 여러 가지 작물이 자라고 있는 농장이 한눈에 보인다. 차가 여러 대 서있는 주차장에 세우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는데 누가 나를 부른다. 보니 집사람 친구인 송여사님. 킹스라이딩에서 골프치고 (9번홀 이글에 77을 쳤다고…세상에 가정주부가 그렇게 골프를 잘 치다니) 가는 길에 채소를 사러 왔단다.

 

몇 에이커의 땅을 여러 사람이 경작하니까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창고도 여러 개 있고, 텐트도 여기저기 쳐있다. 창고에는 각자의 농기구들을 보관하는 것이고, 텐트에서는 일을 하다 식사를 하거나 쉬거나 한다. 또한 큰 물통들이 있는데, 무엇을 씻거나 마시거나 하는 물인 것 같았다.

 

 목사님네가 산마늘 김치와 배추 큰 백(공사용)으로 두 개, 고추 그리고 대파를 주시고, 다른 분들에게 돌산갓 한 백(가베지백), 총각무 두 백, 그리고 커다란 무 두 백을 구입하니 차의 트렁크가 꽉 찼다.

 

 농장을 둘러보니 많은 분들이 각자의 자기 밭에서 흙을 나르기도 하고 땅에 덮어주기도 하고 뭔가를 심기도하고, 열심히들 일하고 있었다. 목사님은 올해 은퇴하시고 소일거리로 일을 하시는데, 건강에도 좋고 무척 보람이 있으시단다. 한 분은 암수술을 받고 건강이 안 좋았는데, 거기서 일을 하면서 몸이 건강해졌다고 하신다.

 

 집에 와서 채소를 내려놓으니 어찌나 많은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집 베란다에 늘어서 있는 일곱 백의 채소들. 며칠 전에 세차한 차는 엉망이 됐고, 집사람이 퇴근하고 와서, 나는 채소를 씻고 심부름하고 설거지 하는 것으로 보탬이 되고, 무려 3일간 열심히 일한 끝에 다섯 통 반의 김치가 완성된 것이다.

 

 김장이 다 끝나고 설거지를 하면서 밖을 보니 눈이 수북이 내렸다. 김장을 한 분위기가 최고조로 오른 것이다. 추운 겨울의 시작 그러나 나는 준비완료, ‘겨울이여 올 테면 오라’ 두렵지 않다.

 

 우리 딸과 아들도 집사람의 김치를 먹으며 추억을 쌓겠지. 울 어머니 저 위에서 흐뭇하게 웃으실 것 같다. “어머니 이것 한번 잡숴보세요”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www.youtube.com/watch?v=vMS16uIqi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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