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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결혼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 영국 왕실의 결혼으로 런던은 인산인해, 유니온 잭과 성조기가 함께 어울려 곳곳에서 휘날리는 모습들이 장관을 이룬다.


 영국하면 중절모자에 버버리 코트를 입고 우산을 든 영국신사가 떠오른다. 1년 365일 중 날 별러 쓸 날 없다는데, 비오고 바람불고 안개 낀 날이 거의인데 오늘 같이 좋은 날씨는 드물다는 영국, 태양은 찬란하고 꽃들은 만발하며 초록이 무르익어가는 2018년 5월 19일 토요일, 해리왕자(34세)와 메건 마클(37세)의 결혼식 날짜를 누가 잡았는지 참 잘 잡았다. 


하늘도 축복하는데, 나는 왜 이 결혼식을 보는 내내 가슴속에선 마구 비가 내리던지... 온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 세기의 결혼식(Prince Harry & Meghan Markle)은 놀랄만한 파격적 결혼이기 때문임으로. 


 세기의 결혼식이라니 왕실 전통과 역사에 따른 이토록 성대하고 웅장한 결혼예식은 세계에서 영국을 따라갈 나라가 없다고 본다. 캐나다는 사실상 영연방으로 총독을 영국 여왕이 임명하니까 그래서 그런지 영국이라면 한층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오면서, 영국이 이번 해리의 결혼으로 완전 대목을 본다는 일에 나도 기꺼이 한 표를 보낸다. 


영국의 왕세손 해리 왕자(Prince Harry)! 사춘기가 되기 전 아직은 애기 티를 벗지 못한, 한창 엄마가 좋고 엄마 없으면 못 산다는 나이 12세, 내 아들도 12세 때 학교 가려면 엄마 젖을 꼭 한번 만지고 가야만 했었다. 인간미 넘치는 해리 왕자가 12세 때 비운에 숨져간 엄마 다이애나를 가슴에 안고, 불안했던 사춘기와 방황했던 청년시절을 돌이켜 볼 때, 3년 연상인 메건 마클을 만나 어쩌면 자기를 포근히 품어줄 그리운 모성애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겠나 하는 나의 추리다. 


메건은 태어나서 35년여 자기의 힘들었던 인생을, 해리는 가슴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슬픔들을... 둘은 만나서 결혼까지 2년여,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겠나.


 그들의 공통점은 마음고생들을 많이 하고 살아왔다는 점, 아프리카에 봉사하러 다니는 일, 인권과 환경문제, 사회운동과 봉사활동, 패션과 음식 등이 그들은 코드가 잘 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반항하며 방황하고, 왕자도 싫어 전쟁터로 마리화나도 입에 물어 보고, 외롭고 슬퍼 아프리카에 가서 검은 아이들과 부둥켜안고 울어 보기도, 메건을 만나니 미국 외국인, 흑인 혼혈녀, 이혼녀, 여배우, 연상녀이나 이러한 여건 등을 초월한 결혼을 하겠다는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만 보통 가정에서도 허락하기 힘든 이 결혼,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 할머니는 20년 전 다이애나비 사건으로 국민들이 왕실폐지론까지 등장했던 일을 기억했던지, 메건 마클을 왕세손빈으로 맞겠다는 혁신 내지는 파격적인 공식 허가를 했다.


메건은 일리노이주의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연극과 국제관계학을 졸업, 레드카펫과 난민캠프를 오가며, 2006년 CSI/ NY 에 출연하여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2011년 법정드라마 ‘슈츠’에 출연하여 대박을 터트리면서 2011년에 영화 프로듀서 트레비 엥겔슨과 결혼, 2년 후 2013년에는 자녀 없이 이혼, 항상 멋진 패션 센스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클래식+ 우아+ 자연스러움 = 록 스타일, 드라마 “슈츠”를 찍으면서 배우로서 남의 인생도 살아보며, 토론토에서 드라마를 찍었다는데, 그래서 더 정이 간다. 그 후 여성 인권 운동가로 르완다에 깨끗한 물 공급하기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일 시작, 아프카니스탄에 가서 미군들을 격려한 용감한 경력도 있다. 


 메건의 웨딩드레스는 프랑스 패션 명품 메이커인 지방시가 만든 것으로 긴 팔에 심플, 긴 면사포 끝에만 꽃무늬가 있었다. 신부 입장에는 친정아버지가 데리고 입장해야 하는데, 친정아버지가 안 왔으니 누가 신부를 데리고 들어가나? 메건 엄마가 데리고 들어간다? 어쩐다? 말이 있더니 해리의 아버지 찰스가, 즉 시아버지가 데리고 들어가다니... 이것 역시 파격 아니고 무엇인가? 


캐나다 CTV 앵커 벤 멀루니의 7살 쌍둥이 두 아들이 시동(侍童)으로 면사포를 들어주는데, 앞니 빠진 것도 너무 귀여웠고, 해리의 형 윌리암의 아들과 딸도 신부 들러리로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천진스럽고 귀여웠다. 그 아이들이 무엇을 알까.


 흑인 혼혈 메건을 의식해서인지 결혼식 설교도 미국 성공회 주교 흑인 신부가, 흑인 위주로 편성된 합창단이 우리의 귀에 익은 음악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 합창을, 합창단 지휘자도 흑인, 첼로를 연주하던 소년도 흑인, 검은 얼굴의 군인들, 기자들이 흑인들에게 인터뷰하는 것까지 흑인 일색이다. 이젠 영국 왕실에 흑인이 들어갔으니 백인 전통을 앞세운 영국도 ‘열린 영국’이라는 또 다른 닉네임이 붙었다. 


 메건은 결혼식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은 영리하고 똑똑하게 생겼다. 화장도 화운데이션을 진하게 바르지 않아서 피부 원래의 모습이 투명하게 보여 자연스러웠는데, 사진을 늘려서 보면 피부의 죽은 깨나 기미 같은 거무스름한 것이 다 보여 솔직함을 드러낸 듯, 감출게 뭐 있느냐? 어차피 보일 것 다 보였고, 알릴 것 다 알렸는데 화운데이션으로 덮어 봤자다 하는 나의 해석이다. 눈 화장만 또렷하게 해서 더 똑똑하게 보였다.


면사포를 쓰고 다가오는 메건을 보고 해리는 “야 진짜 예쁘다, 나는 행운아야”그 소리를 메건의 엄마는 들었다. 


 메건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날이 올 줄을 꿈이라도 꾸었겠나, 아니 어쩌면 꾸었을지도 모른다. 해리왕자와의 결혼으로 메건은 서식스 공작부인이 됐다. 명품 메이커 버버리에서 샀다는 연두색 투피스와 연두색 모자를 단정히 쓴 1956년생 메간 엄마도 자기에게 이런 감사가 넘치는 날이 올 줄을 상상이나 했었겠나, 흑인 엄마가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딸 메건이 영국의 왕실로 시집가다니... 역사적인 감격의 순간, 딸이 남편 잘 만나 신분이 수직 상승하는 것을 보는 엄마의 눈물 어린 눈은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하는 듯 그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메건은 당찼다, 해리가 있음으로.


 결혼식의 끝 순서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애국가라는 영국 국가(하느님, 여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를 모두 일어서서 부르는데 여왕만 안 부른다. 결혼식을 마치고 해리와 메건이 축하객을 향하여 나가는데, 찰스가 사돈 부인인 메간의 엄마 손을 붙잡고 신랑신부의 뒤를 따라 가는 장면을 웃으면서 보았지만 가슴 메임을 감출 수가 없다. 메건 엄마의 심정이 어땠을까, 찰스 심정은 어땠을까.


 해리야! 메간아! 이제는 오랜 방황 끝내고, 새로이 시작하는 너희들 인생에, 아프고 배고프고 공부 못하고 물 없어 고생하는, 지구촌 구석구석 찾아 다니며 물심양면으로 둘이 좋아하는 봉사 열심히 하면서, 다시는 눈물 흘리지 않는 인생으로, 영국의 국화 장미꽃처럼 아름답게 살거라.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 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1883년에 만들어졌다는 왕실 마차, 4 마리의 백마가 끌고 가는 뚜껑 없는 행복한 위딩 마차가, 축하객들의 환호 속에 해리와 메건은 손을 흔들며 5월의 푸른 하늘을 힘껏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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