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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형주 장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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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지도사의 일기-‘나에게 주어진 부르심’

 

벌써 내가 장례업계에 발을 디딘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너무나도 사전 지식이 없었던 업계에 발을 디디면서 궁금한 것도 많았고,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다. 그저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발을 디뎠고, 지난 10년간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게 됐다. 


한 업계에서 이 정도 경험을 했으면 왠지 내 지난날을 돌아보며 나의 지금을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난 날을 되돌아 본다.


장례지도사로서의 초년 시절, 내가 인턴 때부터 일해왔던 장의사의 General Manager가 생각난다. 내가 멘토로 여겼던 그 분은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 주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그 분은 특별히 장례 업계의 도덕성에 큰 비중을 두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내가 있는 업계를 그저 기존의 비즈니스로 받아들이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부르심’으로 받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민 1.5세인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잘 알고 계셨던 그 분은 절대 나에게 한 문화를 대표하는 세일즈맨이 되지 말라고 했다. 


내가 처한 이민자의 환경에서 올 수 있는 많은 유혹들이 있을 거라고 하셨고, 그것을 뿌리치고 모든 민족을 품을 수 있는 all around 장례지도사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그 분도 필자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사람들이 세일즈맨으로 변하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언급을 하셨다고 했다. 너무도 좋은 조언이었고 그 분의 말을 아주 존중해 오면서 지금까지 일을 해왔다.


 그곳에서 5년 동안 값진 경험을 쌓고 지금은 다른 장의사에서 5년째 종사하고 있다. 이 업계에서의 경험이 쌓이다 보니 필자를 찾는 한인의 수는 약간 늘었다. 그러나, 요즘 주위 한국분들이 필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들이 있다. 왜 10년 동안 한인사회의 연줄을 만들지 않았냐는 질문이다. 


이곳에 수 많은 동창회와 동우회 그리고 교회들이 있는데 왜 그 곳에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장례를 가져오지 못하느냐는 말들을 하신다. 어떤 장의사는 이 교회와 저 교회를 전적으로 맡고 있고, 어떤 장의사는 이 단체와 다른 교회를 주로 맡아 하고 있고… 또 근래에는 어떤 동우회가 어떤 특정 장의사와만 장례를 하기로 구두 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주며 필자를 걱정했다. 


물론 속해 있는 장의사를 위해 마케팅을 하며 미래의 손님을 만들어 나가는 걸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리고 필자도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의업계에서 다른 어떤 단체의 비즈니스를 사오는 행위는 많은 장의사들이 이전에 행해 왔던 일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 비즈니스를 사오기 위하여 쓰인 돈은 (절대 공짜로 비즈니스를 가져올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는 유가족에게 전가된다는 나의 초년시절 멘토의 말을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업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걱정이 얼마만큼의 비즈니스가 되어 버린다면 나의 도덕성은 자연히 무너져버릴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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