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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오빠


박순애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 왔어요. 일년을 쉼없이 걷고 또 걸어 머나먼 길 피로도 가실 새 없이 잠깐 뵈고 다시 가실 길. 먼 타국의 태평양을 건너서 또 찾아 왔네요.

 

 고사리 나물, 생선 머리 정성껏 말려 제일 예쁜 것으로 사과 세 알, 배 세 알, 약과도 한 접시, 강정도 한 접시… ~아  맞다. 생전에 아버지 즐겨드시던 미역국! 잊지 말고 꼭 챙겨라~~

 

 파아란 하늘에 흰구름도 그대로, 산소에 울창한 나무숲도 그대로인데, 썰렁하니 지나치는  가을 바람에 까만머리 희어진 오빠와 나. 우리들 모습만  변해 있어요.

 

 부모님 봉분 위에 젖은 흙을 올리던 가녀린 13살 소녀의 손도, 시작도 못한 효도에 오열을 터트리던  17살 소년의 어깨도 어느새 눈물과 추억의  세월을 건너왔는데… 이제는 눈물도 말라  주름져가는 얼굴에 거친 볼 비비며 추석오빠 나에게 속삭이네요.  

 

 발이 닳고 뼈가 녹아 이 세상 모든것 잊혀진대도 여름 바다 겨울 산 넘고 넘어서 훨~훨~ 날으는 가을바람 되어 다음 해도, 그 다음 해도, 또 다음 해에도 늘 그랬듯이 반드시 널 찾아 또 올거야…

 

 아버지, 어머니, 너와 나 등에 정히 모시고 영원한 봄나라에 늘 함께 살자꾸나.  해마다  찾아오는  추석 오빠, 해마다 기다리는 추석 누이 되어, 꼬옥 올 것이라는 기다림의 믿음. 반드시 기다릴 것 이라는 기대의 믿음.  이 두 남매는 올해도 다시 만나 부둥켜 안고 운다. (2020년 10 월1일 추석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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