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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여삼추(如三秋)라더니.

 

 

이제 한겨울이니 그저 무사하기만을 바란다. 일기예보를 믿을 바 아니다. 그저 순응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하루의 일과가 보통이면 오케이다. 
 작년엔 무얼 했는지 반성아나 후회는 필요 없다. 오늘이 다소 힘들어도 낙심만 할 것이 아니다. 2주 남짓 동남아 출장을 마치고 저녁에 귀가할 아들만 생각하니 힘이 난다. 대견하다. 1년에 몇 차례씩 해외 근무를 위해 여행도, 견문도 잘 견디어주는 아들이 고맙고 장하다.
여리디 여린 며느리가 은근히 걱정되었는데 강인한 성격이라 잘 이겨내고, 손주도 대단하다. 부모의 마음, 우리는 늙고 힘이 없어진다.


아침 모국 방송의 ‘황금 연못’ 참석자들이 동감도 상상도 되지만, 여기는 엄연한 이민자들. 우리는 밑바닥을 기어서 여기까지 왔다. 아직까지 생업에 충실한 초등학교 친구 내외가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물건구입을 위해 어둠 속을 달리고 달린다. 어려워도 견디고 최선으로 성실히 갈 길을 가는 친구들. 
남편도 아직까지 최선을 다한다. 은퇴해도 좋지만 무료함을 잊고 움직임이 필요하다. 손재주를 썩히지 않고, 때론 적당한 긴장도 필요하다. 하루 종일 놀면서 지루하지 않게.


도서관에서 신문을 읽고, 고국 소식도 뒤적인다. 내 나라가 조용하면 좋지만 모두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말미에 올린다. 그분의 노고를 잊을 수가 없다. 파독으로 우리를 주선해 주신 분, 경부 고속도로를 건설해 우리의 힘, 조국이 부강해게 했던 분이다. 


고국을 생각하자. 나의 조국, 내가 나서 자란 영원한 나의 고향이다. 옥중에 있는 박근혜 님을 위해 가끔 기도해준다. 허리와 발가락의 통증이 덜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예정된 계획들이다. 내가 노령에도 자꾸 생각하고 싶은 대목은 그래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의 잘못을 잊어라. 네 눈의 대들보는 안 보이고 남의 눈의 티만 보이는 법이다. 


남의 입장과 처지의 잣대로 재어야 한다. 이렇게 덧없이 시간이 지나고 흐르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모두 끌어안아야 한다. 
아직 3살도 안 된 외손주 녀석한테도 배울 점이 있더라. 장난감이 제 마음대로 안되면 으레 '할멈, this guy(Tomas 기차 종류) bad guy' 라고, 웃을 수만 없는 말이다. 
딸아이랑 어쩌다 한국말로 얘기를 하면 'Don't talk about it'(그런 말 좀 하지 마요. 내가 못 알아 들이니까 삼가 해주세요) 한다.
일주일에 한 번 녀석들을 보러 다니는데 쑥쑥 자라서 나는 차츰 늙어감을 느낀다. 세월이 여삼추라지 않더냐. 가는 세월 막을 수는 없으니 순응의 돛대를 달고 서서히 떠나자.


너무 오래 앉으면 허벅지가 눌리니 일어나 몰 안으로 걸어보자. 시어스가 폐업으로 물건을 처분한다니 필요한 게 없을까. 차고에 낙엽들이 자꾸 날려 들어오니 긴 빗자루를 사볼까. 아이스 솔트도 사두면 좋겠다.


빠른 세월을 아껴 쓰자. 사우나와 수영도 하자. 우리 동네는 정말 시골인가보다 조용하고 한적하다. 지난주에 약속했던 P여사, Y친구를 다음 주에 만나는 모처럼의 귀한 약속이다. 내일은 남편과 같이 자장면이나 먹으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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