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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칼럼]이런 사람을 뽑자-한인단체장의 자격조건

 

 

▲2015년 3월에 실시된 제 34대 토론토 한인회장 선거 당시 투표를 위해 한인들이 줄을 선 모습

 

 

 

 연말을 앞두고 한인사회 곳곳에서 송년행사가 열리고 있다. 개중에는 크게 내키지 않지만 주최자의 안면을 보아 어쩔 수 없이 참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런 행사장에서 자주 느끼는 것이 있다. 대개의 경우 ‘내빈 소개’ 순서가 있는데 그 ‘주요인사’들을 소개할 때 낯이 근질거린다. 좁은 이민사회에 웬 ‘회장님’들이 그리 많은지. 개중에는 한인사회에 이런 단체(장)도 있나 싶은 곳이 적잖다. 이름이 불린 당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를 하는데, 그 모습이 참 어색하다. 


 그런가 하면, 행사장의 헤드테이블엔 미리 좌석이 정해져 있다. 총영사, 한인회장, 평통회장, 노인회장, 실협회장, 향군회장, 여성회장. 앞줄엔 소위 귀빈(VIP)석을 만들어 일반인은 앉지도 못하게 한다. 테이블엔 ‘예약(reserved)’ 푯대가 꽂혀 있는데, VIP란 사람들의 면면도 생뚱맞다. 무얼 하는 곳인지 생소한 자생단체가 많다. 


 단체장 중에는 테이블에 자신의 명패가 없거나 내빈소개에서 빠지면 노골적으로 불쾌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도대체 한인사회의 VIP가 동포 외에 누구일까. 한인행사라면 모든 동포가 VIP가 아닌지. 선진국에서 오래 살아왔으면서도 아직도 설익은 권위의식에 젖어있는 모습들이 안타깝다. 이런 분들은 대개 자신이 한인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고 착각하며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으면 몹시 언짢해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다 누구나 어느 정도 명예지향적인 면이 있기에 남들이 자기를 알아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자연스런 심리라 하겠다. 그러나 단체장이 명예와 권위의식에 젖다 보면 결국 병폐가 생기게 된다. 


0…이번 연말과 새해 초에 토론토의 한인단체장들이 많이 교체된다. 대표 단체인 토론토한인회를 비롯해 재향군인회, 캐나다한국학교협회, 노인회 등등.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누구를 차기 (한인)회장에 추대하자는 모임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단체장 교체를 앞두고 걱정이 앞서는 것은 위의 사례에서 보듯, 쓸데없는 권위의식에 젖은 인물들이 뽑힐까봐서다. 


 동포단체장에 나서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기본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우선 개인적 자질과 품격이다. 먼저, 동포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폐를 끼친 적이 없어야 한다. 또한 최소한의 상식 정도는 갖추고 영어도 주류사회와 소통하는데 지장이 없어야겠다. 


 여기에, 단체를 위해 희생할 시간과 재력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재임기간동안 소신껏 일할 수 있고 주머니가 든든해야 소소한 일에 공금을 기웃거리는 비굴함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사심(私心)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체장을 출세나 감투로 생각하는 사람은 애초부터 자격이 없다. 대표단체장인 한인회장의 예를 보자. 한인회장은 매년 모국에서 열리는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초청받아 특급호텔에 체류하며 유력정치인을 만나고 청와대도 방문한다. 이때 동포단체 대표로서 해외한인사회의 현안과 정치적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이래서인지 한인회장을 잘만 하면 출세할 수도 있다는 허상과 권위의식에 사로잡히게 되며, 그것은 결과적으로 동포사회를 자신의 입신을 위한 디딤돌 정도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이런 위상 때문인지, 이름만 거창하고 하는 일은 전혀 없는 캐나다한인회총연합회란 곳은 지금 둘로 나누어진 상황이다. 토론토와 멀리 노바스코샤에서 서로 총연회장이라고 우겨대니 도무지 헷갈린다.  


 단체장 중에는 자신의 직분을 잊은 사람이 참 많다. 봉사하라고 뽑아 놓았더니 자기가 잘나서 그런 줄 알고 목에 힘이나 주고 행사장의 상석(上席)이나 기웃거리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기를 희생해가며 봉사를 할 것인가. 


 말과 행실이 다른 위선자, 남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인정하지 않는 독선자, 자기 말만 늘어놓는 궤변가… 이런 사람을 단체장으로 뽑아서는 안된다. 특히 단체장을 자신의 위상 격상으로 여기는 사람은 뽑아선 안 된다. 한없이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동포들을 섬길 사람을 뽑아야 한다. 어디가서 “내가 누군지 몰라?” 이렇게 나오는 사람은 절대로 단체장으로 뽑지 말자. 


 특히 단체의 리더는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말없는 다수를 무시하면 안된다. 침묵한다고 자기 의견이나 주관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남의 말을 존중해서 말을 아낄 따름이다. 이들에게 눈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0…한인단체장도 그렇지만 해외에 파견나와 있는 공직자들도 그렇다. 개중에는 공인(公人)으로서의 처신이 도저히 신뢰가 안 가는 사람이 있다. 공관원 등 공직자들은 평소 동포들의 대우만 받아서 그런지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 많은데, 거기에다 인격수양마저 덜 된 사람은 일반 동포들이 인사를 건네면 받는둥 마는둥 무시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람들도 이젠 좀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일부 동포단체는 경선 열기가 뜨거운 반면, 단체 중에도 순수한 봉사나 친목단체의 경우는 회장 자리를 서로 고사하는 바람에 리더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개중에는 대(代)가 끊길 상황에 이른 단체도 있다. 캐나다 한인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파독동우회 같은 단체는 회원들의 고령화로 인해 회원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더 이상 젊은피 수혈도 안돼 언제까지 존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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