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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에게-경자년 새 아침에

 

불청객에게
 - 경자년 새 아침에

 

 

기다리지 않았는데도 너는 왔다.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너는 왔다.
지난해 마신 술이 미처 깨기도 전에 
너는 뚜벅뚜벅 반란군처럼 와서
이 세상을 점령했다.

 

지난해와 안녕! 안녕! 
작별인사 건넬 새도 없이 
정든 사람들과 카톡! 카톡! 
안부가 끝날 새도 없이 
너는 독재정권처럼 와서
새해라는 권력으로 세상만사를 수갑 채웠다.

 

손발 묶인 북어가 되어 천장에 매달린 
알몸의 포승줄도 분노도 풀리기 전에
너는 왔다.

 

온몸이 난타북이 되어 각목장단에 
짓밟히고 찢긴 살점들이 아물기도 전에
너는 왔다.

 

허기진 창자에 배터지게 멕인 
고춧가루탄 수돗물이 배설되기도 전에  
너는 왔다.

 

처녀불알만 빼놓고, 
모든 것은 다 조작할 수 있다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불어라! 불라! 던 
진실을 다 불기도 전에 너는 왔다. 

 

이왕 왔으니, 되돌아갈 수 없다면,
부디 이 세상 악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천연 암반수가 되라.

 

그래! 이왕 왔으니
부디 이 세상 아픔이란 아픔 모두 보듬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붕대가 되라.

 

그리하여 그 어느 해보다도 
모두에게 희망찬 새해가 되라! 
행복한 한해가 되라! 


 (2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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