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ON

우리 조국의 12월은

 

우리 조국의 12월은

 

 

눈보라가 
창밖으로 어둑어둑한 저녁
한두 잔 술에 기억의 나사가 풀리자
유통기한 지난 얼굴들이 교대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사라진다.

 

그런데, 아니 이게 누구야! 권혁충*? 
권 동지 맞지? ‘김대중 일당 내란음모사건.’ 
조직책으로 조작돼 은팔지 찼던 당신.
복날 개 패듯 패던 고문 후유증으로 
이승을 굿바이 한 당신!

 

오는 20일이면 무죄확정 18년이네. 
18년. 18놈들!
그 놈들의 12是非는 아직도 미래형이야.
독재망령의 좀비들 때문이지. 
권동지! 보고 있지? TV스크린?

 

가관이라니까.
가제는 게 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쪽발이들까지 합동으로 활개 치는 세상.
못 봐주겠어. 그래서 이따금,
그때가 몸서리치게 그리워질 때가 있어.

 

꼴뚜기가 뛰니까 망둥이도 뛰고 있어.
들리지?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소리.
저렇게 겁 없이 까불고 있는 저 놈은 도대체
어느 별에서 추방당한 놈일까? 모르겠어.

 

그곳은 어때?
견딜만하지? 조작도 없고 고문도 없으니까?
그런데 아직도 우리조국의 12월은 
공명지조共命之鳥의 계절로 아수라장이야.
남북분단 + 남남분단이 됐어. 그래서 걱정이야.

 

(2019.12.14)

 

 

 

* 권혁충(전 민주통일당 인권사무부국장: 일명 ‘김대중 일당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에서 갖은 고초를 겪다가 석방 후 사망했다. 
* “하나님 꼼짝마~” : 한국의 어느 목사의 설교 중에서 
* 공명지조共命之鳥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어느 한쪽이 없어져도 자기만 살 것처럼 생각되지만 동시에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우리 사회가 극심한 좌우 분열을 겪은 데 대한 안타까움이 반영된 것. <동아일보에서 발췌>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