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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비망

 
상처의 비망 
 

 

 

비탈진 자갈밭에 돌멩이를 골라냈다
호미끝에 묻어나온 흙을 들쳐내니
몸 부쳐먹은 뿌리가 말갛게 나를 올려다 보는 거였다
내 목을 쳐 다오. 어서
던져진 밭둑에 말라가는 질긴 목숨줄
나무밑에 축축한 시름이 뿌리의 살을 밀어 올리면
나를 먹여 살린 돌덩이도 늙어 고부라지면 흙이 될텐데 
묻지 않아도 될 아픔들이 자꾸 커 보이는 시간 
이  말을 듣는날이 많아진 근래에
삽이나 호미에 찍힌 상처들이 참 크고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돌멩이를 골라낸 밭에 뿌리 내릴 수 없는 
나무들이 제 목숨을 처 내는 슬픔이야 말로 
부쳐 먹고 산다는 말이 마음에 걸리더란 말이다
힘없는 자갈의 몸을 빌어 먹고 사는 뿌리들의
은밀한 유서가 내 이야기인 듯
돌멩이의 속성을 이미 알고 있는 뿌리들

 

몸 붙여 먹는 일이 두려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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