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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의 기억

 
담쟁이의 기억
 

 

 

어머니는 나를  유독 혹독하게 키웠다.
늙으막에 낳은 자식 당신 먼저 가면 
이리저리 굴러 다니는 냉장고안 찬밥신세 될까봐 
일부러 스파르타식 훈련을 강행했다
돌담 속 곤충이나 벌레를 피해가는 일이며
심지어는 세상 절벽에 관한  이론과 실기를 병행해 주었다.

 

삶이란 절벽을 기어 오르는 일이다.
잔소리로 듣던 어머니 생전의  말씀처럼 
덩굴손 뻗어 악착같이 기어 오른다 
거미가 앉았다 간 자리 눈길 거두고
바람과 이슬 온기 붙잡은 절벽 끝에서 
여린 손을 뻗어 푸르게 오르는 건 
이방에서 최후의 수단이기도 했다.

 

포복에 이골난  몸으로 살아온 30년 
넝쿨은 아래로 뻗지 않고 기어오르는  습성을 지녔다
기어오르지 않고 담장을  건너는 넝쿨은 없다.
차디찬 벽에 손을 뻗을 때마다 두 발을 받쳐주던 어머니
가르침이 이렇게 생의 나침판이 된다는 것을
곤고한 변방의 기록을 콘크리트벽에  점자로 남기고
그 기억으로 떨어지지 않고 견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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