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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그 후

 
폭설 그 후
 

 

 

 

큰 눈 내린  숲 속  
폭설이 편백나무 가지를 허무는 것을  보았다.
툭, 어깨를 치듯
고요해서 아픈 줄도 몰랐다

 

상처는 추상 같아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누구일까, 얼굴 속 두개의 눈동자
질끈 한쪽 눈을 감고 
어깨를 툭 툭 치는 이 사람
어쩌면 오래 전 왼쪽이거나 오른쪽일 수도 있다 
그러면 나무는 몸을  어디로 세울 것인가

 

찢어진  어깨의 상처가 눈속에 묻혀 
녹기 쉬운 시간으로 내려 앉는다 
비록 상처를 가졌다 해도 
나무는 자신의 절반을 땅속에  묻고 서 있으므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위로가  있어서   
이제 놀라지 않는다

 

밤새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누운 나무들 
사이에 우두커니 서 있다

 

 폭설 후에 다시 시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 
상처로 눈을 씻는 허공 위로 새들이 날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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