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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 날리고 싶은 꽃

 
한 방 날리고 싶은 꽃
 

 

 

담장 위에 눈을 뭉치면 돌이 되고   
밀반죽처럼 눌러주면  단단한 주먹이 된다 
불끈 쥔 주먹이 방향감각을 잃었을 때  
비로소 그 돌은 어떤 도구로 전락하고야  만다

 

부르르 떨던 주먹 손 
느슨해진 혈관에 혈압을 높히고
불콰해진 광대뼈를 밀어 올리는 일 흔치 않지만 
요즘 들어 착하게 살기 운동에 꽃을 달아 줄 수가 없다 

 

눈이 녹기 전에
한 방 날리고 싶은 꽃이 있다  

 

예고없이 뛰어든 카톡의 무례함
한마디 눈인사 없이 날아든 하루살이처럼
흰 눈이 외등을 덮어도 불끄지 못하는 방 
좀체 쓸어내리지  못한 채  명치 끝에 남아 있다

 

잊어버려, 쿨하게 
이보다 더 한 것도 털고 살았는데

 

담장 위에 쌓인 눈을 바라보다 
털어내지 않으면 와르르 무너지고 마는 
눈의 마음을  읽는다  
장갑에 눈을 털어내듯
불끈 쥔 마음을 풀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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