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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가 있는 저녁

 
온기가 있는  저녁 
 

 

 

노천 난롯가에 불을 지핀다
여름내 바람을 안고 흩어지던 마른 잎에     
성냥을 그어대니 주위가 환하다
세일기간을 넘긴 빛바랜 전단뭉치를 
날름거리는 불속에 집어 넣는다
성냥을 든 손이 어둠을 지피는 동안  
소멸의  검은 재가 아궁이에 쌓인다 


 
내 몸을  잠시 지나갔던 온기들 모아
안과 밖을 넘나들며 관계의 원근법으로  한때 뜨거웠던  이름들
단순한 마음이 될 때까지 
타오르는 불꽃 앞에서 가만 호명해 본다


 
어떤 이파리는 반짝 몸을 뒤틀리다
순식간에 재가 되어 맴돌다 흩어지고  
어느날은 연기처럼  뿌옇고 매케한 이름 부르다 목이 붓기도 하지만
 여름내 떠돌다 성냥 한끝으로 재가 되고
연기로 흩어지는 기억의 한 티끌까지
존재의 온기가  재를  품고 있는 동안 
어느새 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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