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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경제학 (4) - 에르미스, 세대를 잇는 가문 경영

명품(10)

명품의경제학 (4)

에르미스, 세대를 잇는 가문 경영

 

 

자본의거대한파도앞에서 장인정신과 가족의 결속으로 독립을 지켜낸 장면

 

중앙의‘H51’ 방패는에르미스가문이지분을공동으로묶어경영권을지킨가족지주회사를뜻한다.. 왼쪽의따뜻한주황색·안장·비단스카프는장인정신과전통, 오른쪽의거대한은빛파도는

LVMH의막강한자본력을상징한다.

세대를잇는가문경영

 

100년을버티는유럽럭셔리지배구조의비밀

현대자본주의시장을움직이는절대다수의상장기업들은 '분기실적'이라는가혹한쳇바퀴위를달린다. 3개월마다월스트리트와여의도의금융분석가들이내놓는실적전망치를단 1센트라도밑돌면주가는곤두박질치고, 전문경영인은주주들의해임압박에직면한다. 이러한단기수익극대화의압력속에서대다수기업들은연구개발비용을줄이거나무리한할인판매로매출숫자를부풀리며스스로브랜드의미래자산을갉아먹는다.

그러나이러한현대주주자본주의의상식을비웃듯, 수십년을넘어 100년이상의세월동안압도적인초과수익률과브랜드의영속성을동시에증명해온독특한집단이있다. 바로유럽의하이엔드명품기업들을지배하는 '가문왕조(Family Dynasty)'들이다.

글로벌 4대명품하우스의지배구조를들여다보면실로놀라운공통점이드러난다. 에르메스는창업자티에리에르메스의후손약 100여명이뭉친가문연합체가약 67%의지분과 70% 이상의의결권을단단히틀어쥐고있다. 세계최대럭셔리제국 LVMH는베르나르아르노회장과그의다섯자녀가지주회사를통해약 48%의지분과 64%의압도적의결권을행사한다. 구찌와생로랑을거느린케어링그룹은프랑수아피노가문이 59%의의결권을, 까르띠에와반클리프아펠의모기업인리치몬트역시남아프리카공화국의요한루퍼트가문이차등의결권주식을통해단 10%의지분만으로과반(51%)의통제권을행사한다. 외부적대세력의개입이원천차단된절대왕권의구조다.

이러한견고한가문지배구조는왜럭셔리비즈니스에서독점적해자(Economic Moat)로작동하는가. 그첫번째이유는 '장기주의(Long-Termism)'에있다. 전문경영인은통상 3~5년의재임기간내에가시적인성과를내야하기에브랜드의장기적희소성을훼손하는유혹에빠지기쉽다. 반면가문지배주주들의시계(Time Horizon)는다음분기보고서가아니라 '다음세대'를향한다. 이들은수년뒤의단기매출을포기하더라도장인기술의전수와공방보존에수억유로를아낌없이투자하며, 당장의외형성장보다브랜드의상징자본(Symbolic Capital)이마모되지않는것을최우선으로삼는다.

두번째강점은위기국면에서의단호한 '적대적인수합병(M&A) 방어력과전략적일관성'이다. 2010년 LVMH의아르노회장이지분을은밀히매집하며에르메스를집어삼키려했을때, 흩어져있던에르메스가문의방계후손 50여명은스스로주식을 20년간팔수없도록묶어두는지주회사 'H51'을설립해제국의공격을격퇴했다. 단기매매차익보다가문의역사적긍지를지키려는집단적결속력이시장의천문학적인현금유혹을이겨낸것이다.

더나아가이들은후계구도역시혹독한실력주의와철저한도제교육으로설계한다. 아르노회장의자녀들은어린시절부터매주토요일명품매장을순회하고공학및경영명문대를졸업한뒤, 그룹산하브랜드의말단실무부터수십년간검증을거쳐경영전면에배치된다. '혈연'에만의존하는것이아니라, 명품의문법을유전자레벨에서체득한 '검증된가문경영자'를길러내는시스템을안착시킨셈이다.

결국유럽럭셔리하우스들이우리에게보여주는진실은자본주의의가장오래된역설이다. 단기이윤을맹목적으로좇는자본보다, 브랜드의헤리티지와가문의명예를세대에걸쳐전수하려는집념이장기적으로는주식시장에서가장파괴적인복리성장률과지속가능한기업가치를빚어낸다는사실이다. 100년을버텨낸명품의진짜힘은화려한런웨이나마케팅기교가아니라, 시간의무게를이겨내도록설계된단단한지배구조의뿌리에서자라나고있다.

 

그러나 영원한 기업의 주인은 없다. 이익을 낼수 있는 상품만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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