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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던 인연(5)

 
 
 내 직감이 맞았다. 로버트가 사는 아파트의 주차장 바닥 아스팔트를 다시 깐다는데, 왜 그리 오랜 기간이 걸리는지? 4-5개월이 넘은 것 같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아파트의 주차장을 파헤쳐 놓아서 차를 못 들어가게 해 놓았으니, 그 아파트에 사는 분들은 동네길가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 그 불편함을 어찌 다 말할까. 


로버트는 “날씨가 추워지는데 저야 괜찮지만, 애기들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위험하고 불편하겠느냐”고 남부터 걱정을 한다. 


 교통사고로 2년 전에 만난 로버트! 로버트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찌이잉’ 해온다. 로버트의 차는 어디에 주차하는지? 나는 대번에 안다. 로버트가 사는 아파트 근방의 길가 항상 그 자리에 주차하는데, 옅은 쥐색 현대 알란트라로 차 안 앞쪽 위로 노란색 작은 복싱글러브 한 쌍이 액세서리로 매달려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주말에 그 차가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토요일, 일요일에도 그 차가 항상 길가에 주차해 있는 것이다. 로버트의 차가 주말인데 여기에 그냥 있다는 말은 여자친구하고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나의 직감이다.


 저녁 식사를 했는데 남편이 “맥주 마시러 펍에 갈까?” 


“좋죠, 혹시 로버트 집에 있나 전화해 봐요?”


“그럴까”


전화하니 로버트가 즉시 받는다. 


“지금 나올 수 있어? 맥주 먹으러 가자” 싱글벙글 잠바를 걸치며 5분도 안 걸려서 나온다. 


“로버트, 좋은 뉴스 있어?” 남편이 묻는다. 


“먼저 브라질 걸 후렌드에게는 채이고, 새 걸 후렌드 만났어요, 이란 여자인데 아들 둘이 있어요, 저를 굉장히 좋아해요.”


 “아 그래? 잘 됐다, 잘 해 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 얼마 동안인지 한 동안 주말이면 차가 아파트 앞에 주차해 있었던 것은, 브라질 여자친구와 끝났고 안 만났기 때문이었다. 


 만난 지 1개월 정도 되었다는 새 이란여자 타라(Tara 38세)는 아들 둘(6세, 3세) 낳고, 이란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살며, 피아노 레슨을 주에 몇 명 정도 한단다. 핸드폰으로 타라 사진을 보여준다. 이목구비가 잘 생기고 예쁜 이란여자지만 약간 동양미도 흐른다.


 친정아버지가 너만 행복하게 산다면 돈 걱정은 하지 말라며, 이란에서 부동산 사업과 석유사업을 하는 아주 부자로서 딸에게 돈을 댄단다. 


 타라가 로버트와 한 달 정도 교제해 보더니, 타라는 로버트(43세)와 로버트 아들 다니엘(16세)과 같이 자기 집에 들어와 함께 살자고 한단다. 


 이거 너무 빠른 것 아닌가? 걱정부터 앞섰다. 쉽게 뜨거워진 냄비가 쉽게 식는다고, 지금 사는 2 베드룸 아파트는 월 1,450불 주고 있는데,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려면 1900불이라 하지 않는가? 


 캐나다는 방세가 문제다. 방값만 해결되면 다른 돈 나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닌데, 어쩌려고 갑자기 이러나, 하기야 1년을 교제해본다고 사람 속을 아나? 3년을 교제해본다고 속을 아나? 타라는 로버트한테 자기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자고, 한 달 만에 결정한 것이다. 


 로버트는 직장에 당연히 나가지만, 이제 타라가 빨래 다 해주겠다. 식사문제 걱정할 것 없고, 로버트의 아들 다니엘까지 돌봐준다 하니, 이제 타라의 두 아들 예뻐해 주면서 둥글둥글 놀기만 하면 될 것 같다. 타라가 로버트를 만나고 보니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걸까? 


 우리가 그 동안 겪어 본 로버트는 똑똑하고 야무지며 착하고 자상한, 거기에 예의 바른 사람인데, 여자 없이는 못 살겠는지 새 여자친구 타라하고 자석이 붙듯 철썩 붙어버린 것 같다. 


 타라가 저토록 로버트를 좋아하는 건 성격이 잘 맞아서인가 보다. 로버트가 이란여자의 두 어린 아들을 참으로 자상하게 예뻐해 줄 것이라는 것은 말 안 해도 믿음이 간다. 먼저 브라질 여자의 4살 먹은 아들도 늘 목말을 태우고 그토록 예뻐해 주었음을 알고 있다, 결국 채였지만, 그래서 난 또 걱정이다. 


 여자한테 채였어도 채였다고 정직하게 말하는 것은 문화의 차이인가? 당당하다고 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보통 말하듯이 한다. 우리가 아침 먹으면 점심 먹고 점심 먹고 나면 저녁 먹듯이. 자연스럽게.


 한국사람 같으면 여자한테 채였을 때 반대로 내가 찼다고 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로버트는 타라에게 타라의 부동산이나 돈과 같은 재산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법적인 각서를 써주었다고 한다. 그들의 문화이겠지만 그 일이 로버트가 내 맘에 드는 이유 중의 하나다. 내 생각에 로버트는 충분히 그랬을 것으로 본다. 


 요즈음 로버트의 아파트를 밤에 보면 깜깜하다, 타라네 집으로 아주 들어갔나 보다. 아파트 측에는 내년(2019년) 1월까지 산다고 했다는데.


 제발 오래오래 둘이 죽기까지 잘만 살아라. 자식 같은 로버트인데, 이번이 5번째 여자 아니냐? 첫 번째 여자는 다니엘을 낳고 바로 세상을 떠났다 하고, 수의사 하는 여자와 결혼하여 다니엘을 10여 년간 키워주고 이혼했다 하고, 캐나다로 와서 여자친구 몇 달 사귀다가 끝났고, 브라질 여자와 2년여 사귀면서 결혼도 생각했는데 채였고, 이번에는 이란 여자 타라와 잘되어야 할 텐데. 


 로버트도 그랬다. 이번에 만나는 여자는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만나고 헤어지는데 이골이 났어도 이제는 안정되게 살고 싶다던 로버트! 본의 아니게 만나고 헤어졌지만 이제는 정착하고 싶다고.


 타라와 함께 만나자고 한다. 타라 집으로 들어간다 해도 우리 집에서는 10 Km 정도로 운전하여 15분이니 가까운 편이다. 전화를 해 보았다. 로버트는 타라 집으로 들어갔고, 아들 다니엘은 겨울방학 전까지 이 아파트에 있다가 방학에 살림을 옮겨 간단다. 


 로버트가 타라네로 들어가 산지 거의 3주? 타라의 큰아들 6살배기는 엄마보고 이 아저씨하고 결혼하라고 한단다. 6살이면 한국 나이로 7살, 어린것이 뭐 안다고? 어린애들도 다 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죽을 때까지 타라하고 제발 행복하게 잘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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