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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Casablanca)"(4)

 

2015-04-02

"카사블랑카(Casablanca)"(4)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

 

 

 르노 서장이 리스본행 비행기 출발 30분 전에 카페로 찾아오는데 이어서 라즐로와 일사가 들어오자 릭의 사무실에 일단 몸을 숨긴다. 릭이 라즐로에게 비자를 전달하려고 하자 이미 얘기했던대로 숨었던 르노가 다가와 "사랑이 양심을 이겼다"며 라즐로를 체포하려 한다. 이때 릭이 르노에게 권총을 겨누고 관제탑에 연락하여 리스본행 승객 두 사람을 태우라고 지시한다. 한편 이 통화를 도청하고 있던 스트라사 소령이 차를 대기시키고 경찰을 동원하라고 명령한다. 숨가쁜 긴장의 순간!

 

 


 공항에 도착한 일행. 릭은 통행증에 라즐로 부부로 쓰라고 르노에게 지시한다. 이 말을 들은 일사가 어젯밤 얘기와 다르다며 의아해 하자 릭이 타이른다. "당신은 빅터와 함께 당신이 속한 곳으로 떠나. 만일 우리 둘이 남으면 수용소로 끌려갈 건 뻔하고 그건 사실이야." 일사가 "날 보내려고 그러는 거죠?" 릭이 계속해서 말한다. "아냐, 진실을 말하는 거야. 당신은 빅터의 세계에 속했고 당신은 그의 일부이고 그를 지속시키는 힘이지. 저 비행기를 떠나보내면 아마 오늘도 내일이 아니고 지금 당장부터 평생 동안 후회하게 될 거야." "우리 관계는요?"라는 일사의 물음에 "파리의 추억으로 남겠지. 당신이 이곳에 오기 전엔 잊었는데 어젯밤 되찾았어." "당신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요…" "…이렇게 바라보고 있잖아!"


 그리고 빅터 라즐로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는 릭. "당신은 일사와의 관계를 다 안다고 말했소. 하지만 어젯밤에 일사가 나를 찾아온 일은 모를 것이오. 그녀는 통행증을 부탁하러 왔소. 그녀는 날 사랑한다고도 설득했소. 하지만 그건 오래 전 일이요. 그녀는 안 그런 척 했고 나도 묵인했소." 이 말에 빅터는 용기를 얻고 "이번엔 우리 편이 승리할 거란 걸 확신하오."라며 고마워한다.

 

 


 한편 라즐로 부부를 태운 리스본행 비행기가 활주로로 진입할 무렵 스트라사가 혼자 차를 몰고 나타나 르노 서장에게 무슨 전화였나고 묻자 르노는 빅터 라즐로가 탄 비행기라고 대답한다. 왜 말리지 않았냐는 물음에 르노는 릭을 가리키며 "저 친구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엿먹은 스트라사가 관제탑에 전화를 하면서 권총을 빼드는 순간 릭은 그를 저격한다. 뒤늦게 몰려온 경찰들. 순간 릭의 얼굴에 긴장이 감돈다… 그러나 르노가 "스트라사 소령이 저격 당했다… 용의자를 검거해 오라(Round up the usual suspects.)"고 명령해 릭을 절체절명의 곤경에서 구해준다.


 르노가 긴장 탓으로 갈증이 나서 공항 탁자 위의 물을 마시려는데 물병에 붙어있는 비시수(Vichy Water)라는 레이블을 보자 바닥에 팽개치고 발로 차버린다. 비행기는 떠나고 릭과 르노는 안개 자욱한 공항을 걷는다. 릭이 르노에게 "자네는 나한테 1만 프랑 빚졌네." 르노의 대답 "우리 둘의 경비로 쓰지 뭐." 이때 릭이 "루이, 이것이 아름다운 우정의 시작이야!"라고 말하면서 둘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카사블랑카는 등장인물의 캐릭터, 인상적인 대사, 주제음악 등이 어우러져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로 평가받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학기 시험 마지막 주에는 이 카사블랑카를 상영하는 전통을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마지막에 일사가 남편 라즐로와 옛 연인 릭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데, 당시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가는 내용을 금지하는 검열 기준 때문에 라즐로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잉그리드 버그만의 특허인 눈물이 흘러내리는 왼편 얼굴과 영롱한 푸른 눈동자의 클로스업을 통한 감정적 연기로 인해 관객은 릭을 선택했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이런 점이 고전영화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릭 블레인 역의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 1899~1957)는 겉으로는 말수가 적고 냉소적인 터프 가이로 보이지만 르노 서장의 표현대로 "냉소적인 껍질 속에 타고난 감상주의자"의 면모를 훌륭히 표출한 연기로 아카데미 최우수 남자주연상 후보에 오른다. 그러나 그는 9년 후 캐서린 헵번과 공연한 칼러 작품인 존 휴스턴 감독의 아프리카의 여왕(The African Queen•1951)으로 드디어 오스카상을 수상하게 된다.


 보가트는 존 휴스턴 감독의 말타의 매(The Maltese Falcon•1941)에서 우가티 역의 헝가리 출신배우 피터 로레와 페라레 역의 영국배우 시드니 그린스트리트와 공연했다. 그리고 역시 존 휴스턴 감독의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The Treasure of the Sierra Madre•1948), 오드리 헵번과 공연한 빌리 와일더 감독의 사브리나(1954), 프레데릭 마치와 공연한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필사의 도망자(The Desperate Hours•1955) 등 3세기에 걸쳐 75편의 주로 느와르 스릴러 영화에 출연한 미국 명배우로 로맨틱 드라마 출연은 카사블랑카가 처음이었다.


 험프리 보가트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원작에 기초한 하워드 호크스 감독의 소유와 무소유(To Have and Have Not•1944)를 촬영할 때 공연한 로렌 버콜(Lauren Bacall, 1924~2014)과 사랑에 빠져 다음해 1945년에 재혼한다. 그녀 나이 20세, 그의 나이 45세 때였다. 그 후 보가트가 식도암으로 57세로 죽기까지 함께 했으며 슬하에 남매를 두었다. 


 르노 서장 역의 클로드 레인즈는 영국 런던 출신 배우로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로빈 후드의 모험(The Adventures of Robin Hood•1938)에 출연했으며, 베티 데이비스, 라즐로 역의 오스트리아 배우 폴 핸레이드와 Now, Voyager(1942)에서 공연했다. 특히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오명(Notorious•1946)에서 나치 악당 역으로 잉그리드 버그만과 공연했는데 그의 키가 178㎝의 잉그리드 버그만에 비해 너무 작아 촬영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도 5㎝ 정도 작아 버그만과 함께 있는 장면은 블록 위에 서거나 쿠션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찍었다는 후문이다.


 카지노 딜러 에밀 역의 마르셀 달리오(Marcel Dalio)는 프랑스 배우로 1930년대에 장 르누아르(그는 유명한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차남이다) 감독의 시적 리얼리즘의 대표작인 위대한 환상(La Grande Illusion•1937)과 게임의 규칙(The Rules of the Game•1939)에 출연하였으며, 소유와 무소유에서 호텔소유자로 레지스탕스를 돕는 비중 높은 역을 맡았고 이때 도어맨 압둘 역의 댄 시무어도 공연했다. 이본느 역의 마델리느 르보(Madeleine LeBeau)와 1939년 결혼하여 카사블랑카 제작 당시인 1942년 이혼했다. 르보는 1923년생으로 카사블랑카에 출연한 배우 중 현재 유일하게 생존하는 프랑스 배우이다.


 피아니스트 샘 역의 둘리 윌슨은 원래 북쟁이(drummer)인데 피아노 연주는 연기에 불과했고 실제는 엘리어트 카펜터라는 스튜디오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것이라고 한다. 노래도 촬영이 끝난 다음 윌슨 목소리를 더빙했다고 전해진다.


 음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맥스 스타이너(Max Steiner, 1888~1971)가 맡았다. 그는 "영화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데 300여 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했으며 24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3번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바람과…로 후보에 올랐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허버트 스토다트에게 돌아갔다. 우리에겐 킹콩(King Kong•1933)과 피서지에서 생긴 일(A Summer Place•1959)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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