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ON

취업알선

 
 
불쌍해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사정이 딱해서 아는 사람을 통해서 취업을 알선해 주었다. 그 사람은 고마워했다. 하지만, 한달 뒤에 고용주와 불화로 그 직장을 떠나게 되었고, 소개받은 고용주는 이 일로 나와 단절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을 잘못 판단했다. 고용주와 구직자. 세상에는 해서 그리 득 되지 않지만, 잘못되면 크게 욕먹고 손해 볼 일이 있다. 지금이 그런 경우다. 그 친구가 취업을 했다고 하면 그냥,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될 뿐이지, 나에게 별다른 득은 없다. 취업시켜주고 고용주와 직원이 다투기 시작하면서 어느 편도 들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내가 취업알선을 책임진 사람도 아닌데,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을 해주었다가 몇 날 며칠을 골치 아프게 설득해야 했고, 신경이 잔뜩 쓰이게 되었다. 문제는 고용주도 모난 사람이고, 구직자도 모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타인의 다른 점에 대한 포용력이 부족하고 서로 공격을 했다. 마치 친구에게 딸을 소개했다가 그 딸이 시댁에서 남편과 싸우다가 사돈관계가 깨진 것과 비슷하다. 


이 과정에서 배운 것은 1. 일단 소개해주면, 그 다음에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절대로 상담해주지도 대신 중재해주지도 말 것. 철저하게 남의 문제 보듯이 대할 것. 


2. 소개해줄 때 단서를 달 것. 나는 그 사람이 좋게 보였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다른 면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채용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사장이니 보고서 최종 판단해라. 만일 잘못되더라도 나를 원망하지 마라. 자기가 필요해서 사람 구해달라고 했는데, 내가 억지로 채용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다. 


3. 구직자에게: 남의 소개를 받고 취업을 하면 소개한 사람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행동하라.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아예 소개 받지도 말아라. 고용주가 내 눈에는 좋은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의 다른 면을 모른다.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판단해라. 행여나 고용주가 부당한 행동을 해도 나를 원망하지 말고 알아서 대처해라. 


좋은 사람 소개시켜주고, 소개받은 직장이 좋은 곳이라면 서로 윈-윈이다. 나는 그저 내적으로 보람을 느낄 뿐이다. 그런데 그런 보람이 꼭 있어야 하나? 없어도 내 평상 생활은 유지할 수 있다. 모든 일은 잘될 가능성, 안될 가능성이 있다. 


잘되면 칭찬이지만, 사람들은 금새 잊어버린다. 잘못되면 중간에 욕을 먹고, 자칫하다간 위선자, 사기꾼, 거짓말쟁이 소리를 듣게 된다. 사람들은 일이 안 풀릴 때 원인을 자기 이외 타인에게서 찾는다. 내가 중간에 끼어서 그들의 원망의 대상이 될 필요가 없다. 


"왜 이런 사람을 소개해주었어. 그래도 자넬 믿고 채용했는데. "


"왜 이런 일자리를 소개해주었어요. 선생님이 추천해주셔서 좋은 곳인 줄 알았는데, 사장이 성격상 문제가 있는 사람이에요"


손익계산이란 이득을 생각하기 전에 손해부터 계산하는 것이다. 우리는 판단에 앞서서 그 일이 잘될 경우 얻을 득을 오래 상상하고, 실은 대충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남의 일자리 소개해주었다가(그것도 아무런 중간 소개비도 없이) 일이 잘못돼서 노사간의 불화가 생기자, 나름 해결해준다고 조언을 했다가 인간관계가 모두 파손되고 말았다. 


세상일에는 할 일이 있고, 할 수 있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항상 손해가 나지 않고, 고통이 발생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한다. 물론 내가 달성할 목표라면 고통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남의 일이라면 내가 괜히 끼여서 예상치 않은 손해를 입을 필요가 없다. 굳이 나에게 고마움을 표시 안 해도 된다. 최소한 중간에 소개해준 사람에게 먹물을 튀겨서는 안 된다. 


"선생님은 왜 맨날 선생님 입장만 생각해요. 지금 힘든 것은 난데"


이런 말을 할 사람인줄 미리 알았더라면 내가 취업알선도 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는 이렇게 배우는 중이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