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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기 수필

    작은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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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아버님’ 이란 소리가 들려 주위를 돌아보았다. 지난 목요일 MR 교회 골프 모임에 초대받아 갔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연습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하던 중 그 소리를 들었다. 연습그린에는 퍼팅연습을 하면서 간간히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G집사와 백인친구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그 아버님이란 칭호는 나를 부르는 칭호임이 틀림없다. 갑자기 주위가 약간 어두워지며 엄숙해졌다.


아버님이라면 주로 친구의 부친이거나 또는 연로하신 어른을 지칭하는 말인데, 거기에는 친밀감과 존경한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친구의 아버지가 행실이 방정치 못하다면(다행히 내 친구의 아버님 중에는 그런 분들이 한 분도 안 계시다) 안 부르면 안 불렀지 아버님이란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 아버지는 내가 여섯 살 때 돌아가셔서 아버지를 불렀던 기억이 없고, 그저 그분의 모습만 희미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살아 계셨다 하더라도 그분에게 내가 아버님이라고 부르진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라고 불렀겠지. 그리고 어떤 이들은 자기의 장인을 아버님이라 호칭하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장인 어른’이라 불렀고, 그분이 워낙 말씀이 없으셔서 살갑게 부르고 하던 기억은 없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아버님’이라 호칭했던 분이 두 분이 계시다. 한 분은 친구 장보고의 아버님이시다. 총각 때 장보고네 집에 들락거리면서 많이 뵈었는데 한국에서 여고의 서무주임을 하시다 이민 오신 분이라 좀 꼬장꼬장한 성격이셨다. 돌아가시기 직전인가 우연히 어머님을 불루어 한국식품에서 뵙고 댁까지 모셔다 드린다고 두 분이 사시는 집을 들어가게 되었다.


문을 열면 바로 복도 끝으로 방이 보이고 왼쪽으로 돌아야 거실이 나오는 구조였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안에서 돈다발을 들고 세시다 갑자기 당황해 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잠시 후 거실로 나오셔서 반갑게 맞으시며 우리 어머니의 안부도 물으셨고 같이 차 한잔 하셨는데, 그때가 내가 그분을 뵙는 마지막이었다. 그분이 돌아가신 지도 벌써 13년이 되었다.


또 한 분은 작년에 돌아가신 J선생님이신데 총각 때부터 만나 나에게, 아니 우리 부부에게 진심을 다해 대해주는 L형님의 장인이자, 내 결혼식 때 들러리 서준 친구 J의 아버님이시다. 20여 년 이상을 암으로 고생을 하셨으나 꿋꿋한 정신력으로 병마와 싸우셨으며 그 와중에서도 항상 뭔가를 배우시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그분을 통해 배웠다. 내가 부동산 업을 시작하자 많은 도움을 주셨고, 수시로 불러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포기를 하거나 안락한 것을 찾는데 이 분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시려 했고, 뭔가를 성취하시려 했다. 새해가 되면 항상 새해 인사를 드리곤 했었는데, 돌아가시기 이삼 년 동안은 소식을 못 드리다가 부음을 듣고 많은 후회를 했다.


‘’아버님은 무슨, 아버님이라고 부르지 마’’ “아니 그럼 친구 장인을 아버님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요?”

“……………” 


사위 존의 직업이 주택감정사였고, 결혼할 당시 G 집사의 회사에서 근무를 했다. 물론 G집사가 존보다 나이는 10년 정도 위일 것 같은데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나하고 나이 차이는 15년 정도가 날 텐데 아버님이라 부르는 건 좀 과대존칭이 아닐까? 


아버님이라고 불리고 났더니 말도 가려서 하게 되고 여태껏 건들거리던 행동도 조심하게 된다. 내가 살던 대로 살아야 하는데, 조심조심하면서 살려니 영 어색하다. 다음에 G집사를 만나면 호칭을 바꿔달라고 부탁을 해야지. 그러면 위에 있는 “……………” 이 안에 뭔가를 채워야 하는데 무엇으로 채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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