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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싸움도 사랑도 말로 하여
입에서 침 튀기며 거칠고
험한 세상을 헤쳐 가던 시절
무엇 보다 입이 중요하여
손은 입을 시중들었다
배가 고파 입이 벌어질 때마다
손은 입으로 달려갔다
손가락만 빠는 한이 있어도

 


이제 스마트 폰 위에 움직이는 손
부지런히 움직여 하루가 가고
움직이지 않으면 하루가 멈춰
하루 손이 제일 바쁘다
요즘 사랑도 손가락으로 하여
손가락으로 문자를 눌러 찍어
하루 수 십 번 보내야 하지만
그래도 믿지 않는다

 


손이 손을 만나기 쉽지 않다
손을 잡아야 마음이 통하고
따뜻한 기운이 흘러도
너도 손만 보이는데
하루 쉬지 않고 움직여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오늘도 손가락 아프게 살았다
눈을 감고 있어도 움직이는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