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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33)

2015-03-13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33)


모른 척하는 친인척보다 우애심 많은 BI법

 

 점심을 많이 먹어서인지, 풀린 날씨 때문인지, 졸음이 엄습한다. 잠시 의식의 끈을 놓치고 오수를 즐기는 데, 딸아이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방으로 들어와 나를 끌어안는다. 깜작 놀라 왜 그러냐고 물어 보니 기분 나쁜 꿈을 꿨다며 더욱 세차게 끌어안는다. 걱정스레 쳐다보는 눈에서 힌트를 얻어 “아빠가 죽는 꿈을 꿨구나?” 하고 물으니 그렇다면서 “으앙”하고 눈물을 떨군다. 딸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민지 덕분에 아빠 오래 살겠네. 꿈은 현실과 반대를 상징해요. 꿈에서 죽는 사람은 아주 아주 오래 산대요.”하며 얼버무렸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야릇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죽음’ 저 멀리 존재하는 별처럼 나와의 연관성이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던 단어가 내 곁에 상존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두려움과는 다른 묘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딸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인터넷에 나온 죽음에 관한 여러 꿈 풀이 중 가장 좋게 표현된 ‘죽음의 꿈: 지금까지 관심을 갖고 있었던 일, 성취해야만 할 일 등이 새로워지거나 이루어짐을 상징한다.’를 찾아 보여 주었더니 그제야 안심을 하는 눈치다. “요즘 네가 시험과 코압 진로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본데 앞으로는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잘 성취된다고 미리 알려주는 것이니 마음 편하게 살아요. 공주님.”하였더니 그제야 입가에 웃음이 맺힌다. 


 요리를 잘 만들지는 못하나 딸이 좋아하는 오뎅국을 정성껏 끓여 저녁으로 함께 먹었다. 이제는 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딸아이의 말을 들으며,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기숙사에 도착하였다. 이틀간 함께 지내며 참으로 행복했는데, 2주 후로 그 시간을 미루고 딸에게 긍정의 힘을 보냈다. “학교생활이 힘들어도 민지는 잘할 거야. 2주간 재미있게 지내요. 그리고 힘들면 언제든지 전화해요. 아빠가 전화 받는 즉시 달려갈게요. 자랑스러운 나의 딸, 사랑해요”하며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못다 쏟은 사랑이 가슴에 남아있기에 몸과 마음이 축 쳐진다. 허전한 마음에 그리움을 채우고, 딸아이의 꿈으로 갑자기 다가온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얼마 전 참석했던 장례 연도에서 본 고인의 모습 위에 나를 오버랩시켜 본다. 


 여러 가지 상념으로 감성적이 되니 커피가 당긴다. 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잔을 마시고, 차로 돌아오는 데 왼쪽 하늘에 펼쳐진 일몰의 장관에 눈길을 빼앗겼다. 붉게 물든 황혼의 아름다움을 보며, 남은 내 삶도 이렇듯 정열적이고 아름답게 살아가자는 다짐을 하였다. 나에게 떳떳하고, 딸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내 앞에 펼치며 살아가리라.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내 딸들의 완벽한 바보가 되도록 노력함은 물론이고, 내 주변의 이들에게도 그늘을 펼쳐, 그들의 작은 휴식처가 되도록 변해 보자. 


 오늘의 화두였던 죽음의 묵직한 정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벼운 이야기를 해 보자. ‘남’에게서 점 하나를 빼면 ‘님’이 되고, 빼낸 점을 ‘빚’에 더하면 ‘빛’이 된다. ‘Dream is nowhere. 꿈이 사라졌다.’도 한번만 쉬어 가면 ‘Dream is now here. 꿈이 여기에 있다.’가 된다. 긍정적으로 발상을 전환하면 힘든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캐나다는 일시적인 재정난으로 좌절하며 사는 이들이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BI법을 제정하였다. 이법은 과중한 짐(부채= 빚)의 무게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짐을 합법적으로 내려 준다(본인의 처지에 따라 전액 탕감이나 일부 삭감을 신청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소진된 체력(신용)마저도 일부 회복시킨 연 후에 경쟁 사회로 복귀하게 하여 새 삶을 시작하도록 돕는다. 


 재정난으로 고통 받는 이가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4년째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칼럼을 쓰며 BI법의 실체와 관련 지식을 알리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이가 BI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심지어 칼럼을 읽고 찾아와, 이 법의 지원을 받아 모든 문제를 해결한 이 중 한명은 파산 절차가 완료되어 모든 문제를 해결된 이후에야 나에게 전화로 “감사합니다. 이렇게 쉽고 빠르게 부채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믿고, 마음으로 받아드렸으면 9개월 전인 신청 당시부터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제 믿음이 부족하여 이제야 마음속에 잠재하고 있던 불안감을 떨쳐 버렸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이 힘들 것이라는 선입관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모든 절차가 완료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오늘까지 마음의 긴장을 늦추지 않았었습니다. 심지어 너무나 편하고 쉽게 진행되는 과정을 겪으며 혹시 뭐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까닭모르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하였었습니다.”하고 후회하였다. 


 칼럼에 쓰여진 내용은 BI법에 나온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필자는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공인된 Insolvency Counselor이다. 믿어라. 그러면 마음속의 불안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오리라. 아름다운 캐나다에 가족과 함께 살고, 나에게 또 하루가 주어 졌음에 감사드린다. 매월 어김없이 노인연금을 주는 캐나다가 무심한 자식보다 더 효자이고, 돈으로 고통 받는 당신의 짐을 내려주는 BI법이 돈에 벌벌 떨며 모른 척하는 친인척보다 더 우애심 많은 가족이다. 재정난으로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이에게 BI법이라는 효과 확실한 수면제를 이용하여 새 꿈을 꾸어 보라고 권한다. 


 마음의 안정과 휴식 속에서 원기를 회복하면 밝아 오는 내일의 새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으리라. 주어진 역에 감사하며 기쁘게 살자. 인생은 연극과 같다. 언제 어떤 역할을 끝내고 무대에서 퇴장해야 하는지는 연출자인 하느님의 뜻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어 하느님을 닮은 모상으로 인간을 창조하시고, 하느님을 본받아 사랑하고 감사하며 기쁘게 사는 역할을 우리에게 배정하셨다. 우리 모두가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며,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고, 나를 버리고 줌으로서 영원한 생명을 얻는 오늘을 살아가게 해 주십사고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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