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식 신부님께 바치는 글

남에는 백제고적 성토 남한산
북에는 청수한강 맑게 흐르는 
이천년 정기가 서린 하남의 성지여

봉수대 성화 불은 붉게 타오르고
병자호란 유서 깊은 수호장대에
고고히 등대가 되신 성신(聖神)의 신부님

북미의 꿈을 안고 온 이역땅에는
한줄기 애한들만이 메아리로 돌아 
설핏한 까치노을이 고국 향수 부추기네

세노야 배따라기의 구성진 음률 
팔당 강을 오가던 동심의 추억은
진한 피 시리도록 그리움으로 남고

쓸쓸히 저물어가는 황혼의 뒤안길에
허욕은 정녕 피조물의 작품들일진데 
모두가 부질없는 일 훌훌 털어 버립시다

비바람에도 굴절되었던 갈림길도
역동적 역사 속에 묻어 버리고 
새벽길 동방박사로 빛이 되어 주소서.

삼십칠년 고난의 길 꺾여도 다시 서는 
활력의 불굴 의지 이제는 한숨 놓고 
내세엔 의젓한 정자(精子)로 다시 환생 하소서

*남한산성: 멀리는 백제 시조 온조가 세운 도성. 근세에는 명나라를 멸망시킨 청나라가 쳐들어와 인조대왕의 피신처(병자호란)

*수호장대: 해발 360미터 상상봉에 위치한 대표적 관청.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개혁파 최명길과 온건파 김상헌을 필두로 48일간 이곳에서 싸우다 결국 인조대왕은 온건파에 의해 송파에 있는 삼전도에서 항복함.

*봉수대: 나라의 변란이 나면 한양에서 봉화불을 올리고 남한산성에서 그 불빛을 보고 백성에 알렸던, 지금으로 말하면 통신장비 역할을 했던 곳. 하남시를 바라보며 남한산성 북쪽에 위치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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