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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기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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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과 아폴로

2016-02-19

동장군과 아폴로

 지난주 1주일간 Rocky의 Big White Mountain에서 스키를 타고 왔다. 마지막 날인 10일은 마치 봄 날씨 같은 분위기에서 그 많은 눈이 녹는 가운데 스키를 탔다. 11일 토론토 공항에 내려 비행기와 Run Way를 연결하는 사이에서 들어오는 냉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나오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스키장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얼굴 등에 닺는 냉기로 토론토의 추위를 가늠할 수 있었다. 겨울답지 않게 눈도 안 오고 춥지도 않더니 입춘이 거의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이렇게 추울 줄이야.


날씨가 추우니 아폴로가 일 보는 것도 달라졌다. 용변이 마려우면 나에게 와서 끙끙거리는데 그러면 뒷문을 열고 울타리 나무에 걸려있는 긴 줄을 목줄에 걸어주면 나가서 돌아다니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다가 주로 울타리 밑에서 소변을 본 후 깡총깡총 뛰다가는 큰 것을 보는데 보면서 약간 주저 앉은 상태에서 조금씩 조금씩 자리를 옮기니 용변이 일자로 깔려있다.


 TV를 보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또는 졸다가도 용변이 마려우면 꼭 나에게 다가와 처음에는 ‘으으응, 끄으응~~’ 하면서 으르렁 거리다 내가 잘 못 알아듣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그때는 점프를 해가며 나한테 덤비는 시늉을 한다. 처음에 아폴로가 집에 왔을 때만해도 옆에서 으르렁거리면 무서워서 어쩔 줄을 몰랐는데 이제 2년이 넘어가면서 얘가 끄긍거리면 배고프다는 건지, 일을 봐야 된다는 건지, 같이 장난감 가지고 놀자는 건지 또는 질투가 나니까 둘이 스킨십을 말라는 건지 대충은 알게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데도 소파에 앉아서 졸다가 내 옆에 와서 으르렁거리기에 “왜 그래?” 하며 머리를 쓰다듬자 다 찢어진 장난감을 물고와 줄다리기 하잖다.


어제는 올 겨울 가장 추웠다는 영하 26도에 체감온도는 무려 영하 39도란다. 아침에 일어나 리빙룸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아폴로가 옆에 와서 으르릉 거린다. 자리에서 일어섰더니 자기가 앞장서서 뒷문 쪽으로 간다. 그러면 용변이 마려운 거다. 따라 내려가 뒷문을 열었더니 찬 공기가 확 몸을 엄습한다. 내가 추워 움찔하니 아폴로도 뒷걸음으로 두어 발자국 물러난다. 목줄을 잡고 긴 줄을 연결시켜 밖으로 내 몰았더니 처음에는 안 나가려고 주춤주춤 하더니 안 나갈 수야 없지. 집 안에다 용변을 보면 안 되니까. 쏜살같이 나가서 울타리 밑에다 소변만 보고는 후닥닥 문 쪽으로 다가와 문을 열었더니 집안으로 후딱 들어와 목줄을 풀어달란다. 보통 때는 밖에서 목줄을 풀어줄 때까지 기다려 풀어주면 그때 집에 들어 왔는데 너무 춥다는 거다. 그 시간이면 큰 것도 봐야 하는데 도저히 추워서 엄두가 안 났나 보다.


나폴레옹이 유럽을 제패했던 1800년대, 자기와 연합했던 러시아가 적국인 영국과 교류하자 50만 대군을 편성하여 러시아 정복에 나선다. 그러나 싸움을 회피하며 프랑스군이 점령했던 모든 도시의 시설을 불태우고 후퇴만 거듭한 러시아군의 작전이 적중한다. 혹독한 러시아의 추위가 프랑스군을 물리친 것이다. 같은 일이 2차 세계대전 때 또 한번 일어난다. 히틀러 또한 눈에 가시 같은 러시아를 침공하지만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 때문에 참패한다. 그래서 겨울을 General Frost 라고 불렀다 한다.


또한 임진왜란 때도 처음에는 왜군이 파죽지세로 조선을 농락한다. 조선의 가장 무능한 임금 선조는 도성을 버리고 피란을 떠나고… 곧 조선을 함락하고 청으로 진격하려던 일본군의 뒷발을 잡은 것은 이순신 장군의 해군과 자발적으로 일어난 의병과 승병 등이었다. 거기다 조선의 혹독한 추위 곧 겨울이었다. 따뜻한 일본에서 생활하던 왜군이 추위에 맥을 못 춘 거다. 그때부터 겨울 추위를 동장군이라고 불렀단다. 진짜 장군들보다 더 무서웠으니.


소파에 앉아 다시 읽던 책을 보려니 채 몇 분도 안돼 옆에 와서 끄르렁거린다. 쳐다보고 가만히 있으니 이빨을 부딪치며 더 크게 끄르렁거린다. 큰 게 마려운 거다. 소파에서 일어섰더니 후닥닥 아래로 내려간다. 어지간히 급한 거지. 문을 열었더니 좀 전과 마찬가지로 냉기가 확 몰려오자 추운지 뒤로 물러선다. 긴 줄을 끌어당겨 목에 매줬더니, 엄두가 안 나는지 주춤주춤하다가는 냅다 밖으로 뛴다. 울타리 밑에 가더니 부르르 떨면서 살짝 주저 앉는다. 빨리 나와야 들어올 텐데 어디 그게 자기 마음대로 되는가. 공중화장실에서 소변 볼 때도 들어오기 전에는 그렇게 마려웠는데 막상 변기 앞에 서 미동도 않고 있을 때는 정말 야속하기도 하다.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이 옆에서 일을 다 보고 나가면 그때서야 신호가 올 때가 있다.


그런데 추위 속에서 떨면서 용변을 보려는 아폴로는 얼마나 급하겠나. 어어어, 아폴로 드디어 나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 덩어리, 한 발자국 앞으로, 또 한 덩어리, 한 발자국 앞으로, 또 한 덩어리, 다 끝내고 발에 뭐가 묻었는지 눈 밭에다 냅다 뒷발질을 해 댄다. 그리고 뒷문 쪽으로 돌아오는데 야속하게 또 소변이 마려운가 보다. 쭈그리고 앉아 소변을 보는데 왜 그리 오래 나오는지, 좀 전에 볼 때 아예 다 보지 왜 두 번씩 누는 거야. 그리고 문 앞에 와서 문을 열자마자 안으로 뛰어들어 온다. 발에는 온통 눈을 묻혀 갖고. 목줄을 풀어주자 나에게 한마디 한다.


 “아빠, 동장군이 나폴레옹과 히틀러 물리친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예술의 신인 나까지도 동장군에게는 당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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