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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미녀. 6 - 발자국 소리

2015-05-08

 

 
잠자는 미녀. 6
 -발자국 소리


 
기다리다 못해 눈을 떴습니다.
흐르는 시간 속 저절로 지워질
발자국밖에 남길 것 없는 사람들
땅 위에는 발자국 소리 가득해도
꿈속에서 들었던 발자국 소리
바람이 벽 두들기는 소리였나요?
낡은 성벽 안간힘으로 기어오르는
담쟁이 잎 부딪치는 소리였나요?
눈 떴지만 발자국 소리 들리지 않아
낮은 천장 바라보며 귀 기울이며
계단을 오르는 소리 기다려요.
눈 뜬 이상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두 팔 벌리고 바람처럼 달려 나가거나
발끝 바라보며 문 앞에 서있고 싶은데,
눈 감고 누워있으면 습관처럼
빠져들지 모를 죽음보다 깊은 잠.
창가에 걸터앉아 머리 빗으며
멀리 울려 퍼지는 노래 부르고 싶은데
노래 소리에 발자국 소리 묻힐까 봐,
왕자님은 내 손을 잡고 힘찬 걸음으로
마치 웨딩마치를 밟고 걷듯
아름다운 세상으로 인도하겠지요.
발자국 소리없이 다가온 어둠처럼
깊은 침묵이 쌓이고 또 쌓이면
왕자님은 발을 헛디딛지 않았는지
계단 높고 가팔라 돌아가지 않았는지,
낡은 성이 허물어질까 두려워
성 밖에서 떨어져 서성이지 않는지
문 밖으로 쏜살같이 달려가거나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싶고
큰 소리로 이름 부르고 싶지만
이름보다 앞서 오는 발자국 소리 들으려
눈을 감고 누워 귀를 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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